재개발 조합이 주택을 분양할 때 ‘동일 세대’ 기준은 주민등록이 아닌 실제 생계를 함께 하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동일 세대’ 개념에 대한 기준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 등이 경기 성남지역의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수분양권 존재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고들은 재개발 구역 조합원으로서 2019년 조합에 분양 신청을 했다. A씨와 배우자 B씨는 A씨 명의로 주택 하나를, A씨의 동생 C씨는 단독 명의로 주택 하나를 신청했다. B씨와 C씨는 A씨의 아버지 D씨의 세대원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 실제로 B씨는 미국에서, C씨는 한국의 다른 곳에서 거주 중이다.
조합은 B씨와 C씨가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로 등록된 것을 문제 삼았다. 옛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관련 조례가 재개발 분양 시 ‘1세대 1주택’ 원칙을 적용하는데, 두 사람이 같은 세대라면 주택을 각각 분양받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조합은 원고들이 총 1개 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도록 관리처분계획을 세웠다. 원고들은 B씨와 C씨가 같은 주소지로 등록돼있긴 하지만 각각 다른 곳에서 거주 중이기 때문에 조합의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각각 별개의 세대를 이뤄 독립된 생활을 한 것이어서 하나의 세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작성된 주민등록표 등을 기준으로 동일 세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지 않았던 이상 이들을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없고 ‘하나의 세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로 묶여있더라도 함께 생활하고 있지 않다면 동일 세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주민등록표 등재 등 형식만을 기준으로 1세대 여부를 판단한다면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으면서도 형식적으로 주민등록만 달리 두고 있는 경우 여러 채의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이른바 ‘위장 세대 분리’를 막지 못하는 폐단이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