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세 기관은 경쟁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수사기관 간 경쟁은 잦아들었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각 기관의 수사권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명시적으로 내란 혐의에 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에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을 별도로 꾸린 뒤 비상계엄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경찰은 현행법상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현역 군인까지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조사해 공수처에 사건을 다수 이첩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수사에 대해 “위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특수단은 이날까지 공수처에 비상계엄 관련 사건 40여 건을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15건은 현역 군인이 피의자인 사건이라고 한다. 현역 군인에 대한 재판권은 성범죄, 군인‧군무원 사망, 군인이 되기 전 저지른 범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에 있다. 경찰이 현역 군인을 내란 혐의로 수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셈이다.
실제 경찰은 작년 12월 15일 예비역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함께 현역 군인인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사후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음 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현역 군인 신분이던 문 전 사령관에 대한 긴급체포는 군사법경찰 역할을 하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했어야 하고, 사후 승인도 군검사가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현행법상 공수처 검사는 군검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장성급 군인의 비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 권한도 있다. 영관급 군인에 대한 수사도 장성급 군인들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가 가능하다고 공수처는 보고 있지만, 이들을 내란 혐의로 직접 기소할 권한이 공수처엔 없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현역 군인이 피의자인 사건들을 조만간 군검찰로 이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수처는 경찰에서 풀려난 문 전 사령관을 작년 12월 18일 체포해 구속한 뒤, 12월 26일 군검찰로 사건을 보낸 바 있다.
법조계에선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현역 군인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군검찰 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맡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군검찰이 최종적으로 기소를 하더라도, 군사법원에서 경찰이 조사했던 피의자 신문 조서 등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 실적에만 매달리다 원칙을 어긴 셈”이라고 했다.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한 군인 측 관계자는 “(군검찰이 포함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경찰에서 이중으로 조사받았는데 4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아 힘든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검찰로 송치했던 현역 군인 2명은 군검찰로 이첩했다”며 “경찰의 군인 수사 문제에 대해 (검찰이) 송치받기 곤란해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공수처로 이첩했던 현역 군인 사건을 최근엔 군검찰로 바로 보낸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세밀하지 못했던 수사권 조정이 불러일으킨 문제”라며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