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여성 동문들의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주범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성수)는 1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박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공범 강모씨도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지인과 주변 사람들의 사진을 이용해 성적 모멸감을 들게 하는 사진과 영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특히 박씨는 이를 피해자들에게 보내 농락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박씨가 2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을 참작해 감형했다고 밝혔다.
진녹색 수의를 입은 두 사람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박씨는 선고를 듣는 내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재판부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하자 박씨는 입을 막고 울음을 삼켰다.
재판부가 “주문, 원심을 파기한다”며 감형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말도 안 된다” “정말인 거냐”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박씨와 강씨는 2020년 7월부터 작년 2월까지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해 여성 61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 2034개를 만들고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문들 사진은 졸업 앨범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구했다고 한다.
특히 박씨는 텔레그램 채널과 단체 채팅방 200여 개를 만들고, 비슷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채팅방 링크를 전해주며 음란물을 공유·유포했다. 또 허위 영상물을 얼굴 사진의 주인공인 피해자에게 46차례 직접 전송하고, 강씨에게 사진을 보내 음란물을 만들도록 했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지만, 재학 중 알게 된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 두 사람은 ‘서울대생’ ‘능욕’ 등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박씨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한 뒤 외무고시 등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낙방해 학부만 10년 다녔고, 강씨는 서울대 사회대를 졸업해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변호사 시험에 떨어진 상태였다.
앞서 1심은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에서 동문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위 ‘지인 능욕’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음란물을 두고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보면 극히 혐오스럽고 저질스럽다”며 박씨에게 징역 10년, 강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선고 이후 피해자 측 김민아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진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지만 일부 피해자들의 합의가 양형에 반영된 것 같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범죄로 인정해 사회적인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