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삼성 합병으로 손해를 본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에 3200만달러(438억여 원)를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 중재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이 기각되자 항소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메이슨 측에 860억여 원을 물어줘야 한다.

이 사건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불거졌다. 삼성물산 지분 2.2%를 가지고 있었던 메이슨 측은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 대주주이던 국민연금에 합병에 찬성하라고 지시해 2억달러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메이슨은 2018년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ISDS를 제기하고 2635억여 원 배상을 청구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한 증거가 없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PCA는 작년 4월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438억여 원과 연 5% 지연 이자, 법률 비용, 중재 비용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는 작년 7월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에 중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싱가포르 법원은 지난달 20일 이를 기각했다.

항소를 포기한 정부는 메이슨 측에 지급해야 할 총 배상액이 860억여 원이라고 보고 있다. PCA가 지연 이자 계산의 시작점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승인된 2015년 7월 17일로 정하면서 액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메이슨 측과 지급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