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김보성)는 작년 3월부터 1년여 간 해외 5개 대륙으로부터 국내로 유입된 마약류 밀수‧유통 사건을 집중 수사해 32명을 입건하고, 그 중 2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멕시코발 필로폰 밀수 사건에서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밀수‧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청사./조선일보 DB

검찰에 따르면, 독일‧네덜란드‧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마약을 밀수해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로 입건된 인원은 모두 18명이다. 2023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유럽에서 국내로 유입된 마약류는 MDMA(엑스터시) 4000여 정, 필로폰 110g가량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들 중 13명은 구속 기소했다. 호주에서 케타민 800g가량을 밀수한 일당 6명도 검찰 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호주 국적인 발송책을 제외한 총책 3명과 유통책 2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발송책은 기소 중지돼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고 있다.

해외 기관과의 공조도 마약 사범 검거에 도움이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작년 9월 말 멕시코에서 국내로 필로폰 173g을 국제우편물로 들여오려던 조직을 적발했다. 우편물 경유지인 미국 세관에서 필로폰이 적발됐는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은 이를 서울중앙지검에 공유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검찰은 서울본부세관과 공조해 국내 수거책, 유통책 등을 모두 검거했고, 발송책도 특정해 지난달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국내로 송환한 뒤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5개 대륙발 국내 마약 유입 경로. 검찰은 1년여 간 수사를 통해 32명을 입건하고, 그 중 26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캐나다에서 국제화물로 액상대마 1kg을 들여왔다 검거된 사례도 있다. 서울본부세관은 통관정보를 기반으로 마약류를 수입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화주(貨主)를 선별해 관리하는데, 지난해 11월 액상대마 반입 의심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검찰과 세관은 마약류 수거책들이 통관 지연 원인을 수사기관 적발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고려해 해당 화물을 즉시통관시켰고, 국내 도착 48시간 만에 수거책을 검거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 24일 말레이시아에서 필로폰 138g을 밀수한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 검사장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마약류 성분 함유 불법 의약품 적발 급증에 따른 집중 단속 X-RAY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에 설치된 마약류 밀수‧유통 전담수사팀은 신속한 수사가 조직 일망타진에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최근 마약류 유통 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수거책 여러 명을 운용하는 점조직 방식을 채택하는데, 수거책이 일회성으로 고용된 이들이어서 윗선 추적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에서 엑스터시를 밀수한 조직을 수사하던 검찰은 수거책 검거 후 10시간 만에 조직 윗선과 공범 등을 모두 검거하기도 했다.

검찰이 1년간 수사를 통해 압수한 마약류는 모두 8억2988만원어치라고 한다. 통관 절차에서 적발된 마약 외에도 검거한 사범들의 주거지 또는 배달지 등에서 압수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해외 마약류의 국내 유입과 국내 유통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공개한 마약류 압수 현장. 한 아파트 화단에 마약류가 포장된 상태로 묻혀 있었다./서울중앙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