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해병대원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2심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4-1부(재판장 지영난)는 18일 오전 박 대령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박 대령은 이날 군복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이 시작되자 박 대령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출발은 2023년 7월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는지와 장관 및 사령관 지시의 적법성 판단”이라며 “1심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신청을 했지만 현직 대통령이란 신분을 고려해 사실조회로 갈음했는데, 내용이 불성실하게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군 검찰은 “원심은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며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외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령에 대한 항명을 공소사실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은 공소장 변경에 대해 “명령의 주체와 동기 등이 모두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는데, 군검찰은 이에 대해 “장관이 하달한 명령을 사령관이 피고인에게 하달해 동질성을 유지하고 공소사실 동일성을 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군 검찰은 이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전 사령관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 4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도 김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쟁점을 명확히 하고 증거 채부(採否) 의견을 들으려 했는데 재판부가 예상을 못 했던 법정에서 구두로 신청한 증거가 상당히 있어 채부를 결정하기는 곤란하다”라며 쌍방에 2주 이내 증거 신청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달 16일 한 번 더 준비기일을 열고 정식 공판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 시작하기 앞서 방청을 희망하는 일반인들이 다수 몰리며 법정 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는 중계 법정을 운영해 혼란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19일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채모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기록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 전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8월 2일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해 항명했다는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기소됐다.

당시 박 대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한 뒤 7월 30일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았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월 31일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과 통화한 이후 김 전 사령관을 통해 박 대령에게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상관의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을 통해 경북경찰청에 조사 내용을 이첩했다. 이후 상부 보고 없이 방송에 출연해 당시 정부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박 대령은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