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할 때, 피의자의 장애 여부를 조사한 내용이 공소장과 함께 법원에 제출된다. 장애인 피고인이 형사 재판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방어권과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검찰과 협의해 오는 5월 1일부터 검사가 공소장에 ‘피의자 장애 여부 조사 보고서’를 첨부하도록 사법 지원 제도를 개선했다고 18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피의자에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지, 수사 시 조력 여부, 조력인의 인적 사항 등이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재판부가 공소장 접수한 뒤 첫 공판 기일까지 피고인의 장애 여부를 알기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피고인을 시의적절하게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등 장애인 전문 재판부를 운영 중인 법원에서는 장애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채 일반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가, 뒤늦게 전담부로 재배당하면서 재판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은 “장애 정보를 형사 절차 초기에 확인해 그에 맞는 시설과 장비 및 조력 등을 제공하는 사법 지원을 함으로써 신속 공정한 재판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법원은 장애가 있는 피고인이나 증인도 진술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도 추진한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피해자’인 장애인에 한해 의사소통을 중개·보조하는 진술 조력인을 둘 수 있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을 찾는 어떠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력을 제공해 실질적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법 시스템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 헌법 기관 최초, 대법원 ‘중증 장애인 5명’ 경력경쟁 채용
한편 대법원은 중증 장애인 5명을 경력경쟁 채용시험을 통해 시간제 일반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이날 밝혔다. 헌법 기관이 중증장애인을 경력경쟁 방식으로 채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용된 이들은 일정 기간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평가를 거쳐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분야별로는 법원 전시관 1명, 도서실 1명, 등기 무인 발급 지원 3명 등이다. 이들은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서울중앙지법, 서울서부지법, 춘천지법, 울산지법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법원은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증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는 등 채용을 준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