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21일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정 전 실장까지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해당 재판은 최근 6번의 기일이 모두 10분 내외로 끝났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표 측이 오는 6월 3일 예정된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대장동 관련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오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 재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정 전 실장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이 지난 18일 늦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걸 오늘 아침에 확인했다”며 “사유는 작년 말에 받은 치아 임플란트 수술의 후속 치료가 잡혀 있어서 출석이 어렵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전 실장은 다음주인 오는 28일부턴 재판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형식은 연기해달라는 요청처럼 보이지만, (재판부가 판단하지 못하도록) 금요일 늦게 (사유서를) 낸 것 자체도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앞서 예정된 기일인) 25일이 아닌 28일에 출석하겠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도 “증인도 치과 진료만으로 불출석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었지만, “25일에 진행했다가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헛걸음할 수 있다”며 25일에 잡아둔 기일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 지연 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정 전 실장은 본인의 대장동 재판도 진행 중인 만큼,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증언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불출석 사유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증인의 몸짓이나 감정 변화 등을 재판부에서 살피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주신문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피고인 측 변호사들도 “반대 신문을 못하게 되더라도 질문은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의 불출석으로 이날 재판은 11분 만에 마쳤다. 다음 기일은 오는 28일 오전 10시로 정해졌다. 2021년 말부터 170차례 넘게 진행된 이 재판은 정 전 실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나면 약 4년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