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 종로학원이 오는 9월 1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모평) 접수를 시작하자 기(奇)현상이 벌어졌다. 모평 접수는 7월 8일까지인데, 서울·경기 지역 7곳 분원에서 200명 정원에 1100여 명의 모평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접수 사이트 창구를 연 지 1분도 안 돼 정원이 마감된 것이다. 학원을 통해 접수하는 9월 모평은 재수를 준비하는 졸업생들이나 검정고시생만 응시 가능하다. 고3 재학생은 학교를 통해 시험을 신청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모평 접수가 1분도 안 돼 마감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금도 모평을 볼 수 없느냐는 문의가 학원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더 특이한 건 종로학원이 서울 대치와 신촌 2군데 분원의 모평 신청자 312명 연령을 분석해보니 25세 이상 접수자가 절반에 가까운 155명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전 모평 때 25세 이상 응시자 규모(12명)와 비교하면 13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30대 이상 접수자는 60명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고, 40대 이상 접수자도 6명이었다. 그중 1명은 50세였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올해 수능 수험생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게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국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평 접수가 난데없는 ‘백신 티켓’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9월 모평에 응시한 수험생을 모두 수능 응시자로 간주하고, 8월부터 화이자 접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8일 “30~40대가 9월 모평에 응시해도 (고3 수험생처럼) 아스트라제네카(AZ) 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효능이 높다고 알려진 화이자를 맞으려는 성인들의 9월 모평 허수(虛數) 지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모평 대란’에는 2022년도 입시부터 약대가 학부 모집으로 바뀌며 대학생·직장인들 사이에 ‘재수’가 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화이자 백신 접종 혜택’이 더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는 “30~40대도 화이자 백신이라니 일단 모평 신청하러 가야겠다” “모의고사비(1만2000원) 받고 백신 장사 하느냐”는 글이 줄줄이 올라온 상태다.
현실적으로 ‘화이자 접종용 모평 지원’을 막을 방법은 없다. 교육부는 “일반 성인 대상 백신 접종도 8월 중순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허수 지원할 유인이 크지 않다”면서 “실제 수능을 보지 않을 거라면 (백신 접종용) 허위 지원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49세 이하 성인 대상 백신 종류와 접종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치러지는 9월 모평은 수험생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시험인데, 백신 접종용 허위 지원이 몰려 시험을 꼭 봐야 하는 재수생들이 응시를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겼다”며 “고3 수험생들도 수시 모집을 앞두고 입시 준비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