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청소년에게도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것을 둘러싸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 교육부가 학부모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백신 접종 설문조사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우려로 자녀의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 학부모 목소리는 사실상 배제하고 있어 ‘접종 강제’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6일부터 사흘간 온라인을 통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백신 접종 희망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가 13~24일을 ‘백신 접종 집중 지원 주간’으로 정하고 학교 단위 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교육부는 설문조사 안내에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희망하는 학생들이 학사 일정과 지역 여건을 고려해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교육부가 올린 설문 항목은 총 4개였다. 자녀가 접종 대상자인지, 1차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접종 지원 주간’에 ‘찾아가는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지, 가장 선호하는 접종 방식은 뭔지를 묻는 질문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거부할지를 묻는 항목은 따로 없었다. 또 가장 선호하는 백신 접종 방식이 무엇인지 묻는 마지막 문항에 답변하지 않으면 최종 설문지 제출이 불가능하게 돼 있었다. 사실상 접종을 전제로 한 설문조사인 셈이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 등에는 “이런 식이면 의견 수렴은 왜 하는 거냐” “왜 백신 접종을 강제하려고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이날 오후 가장 선호하는 접종 방식을 묻는 설문 항목 답변에 ‘(접종을) 희망하지 않음’이란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에 있던 ‘평소 이용하는 병·의원에서 개별 접종 희망’이라는 답변을 ‘평소 이용하는 병·의원에서 개별 접종 희망 또는 희망하지 않음’으로 바꾼 것이다. 백신 접종 반대 의견만 따로 집계하기 어렵게 돼 있다.
청소년 방역 패스 조치에 대한 학부모 단체와 학원 반발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60여 단체는 오는 9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 앞에서 청소년 방역 패스 적용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오락실이나 놀이공원은 방역 패스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분이 확인된 학생들만 모이는 학원을 방역 패스에 넣은 것은 누가 봐도 청소년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지금 학원 사람들은 ‘누구 하나 죽어나가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청소년 방역 패스 논란을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 패스는 일상 곳곳의 감염 위협으로부터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백신 접종은 더 이상 선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총리는 “기말고사를 치른 후 접종이 가능하도록 백신양이나 의료기관의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고 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이날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 간담회에서 “전체 확진자 중 18세 이하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수준”이라며 “백신 접종은 청소년과 가족, 사회 공동체 안전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 방역 수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