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가 줄어도 세수가 늘면 자동으로 늘어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를 학생 수 감소세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자는 국책연구원의 제안이 나왔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2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교육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년 걷히는 국세의 20% 이상을 자동으로 전국 17개 지방교육청의 교사 인건비 등 초‧중‧고 교육 예산으로 배정하는 현재의 교육교부금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지난 2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교부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1972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1972년 11.8%였던 교육교부금 비율은 2001년 13.0%, 2005년 19.4%, 2008년 20.0%, 2010년 20.27%, 2018년 20.46%, 작년 20.9%로 인상돼왔다. 내년의 경우 64조3000억원의 교육교부금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초중고교 연령대(만 6~17세) 인구는 2000년 810만8000명에서 2020년 545만7000명으로 30% 넘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같은 기간 교육교부금은 11조3000억원에서 53조5000억원으로 4.7배 늘었다.
현재의 교육교부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교육교부금 규모가 2060년 기준 164조5000억원으로 작년(54조4000억원)의 3배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60년 국내총생산이 40년간 3배쯤 늘어날 것이라고 전제한 결과다. 초‧중‧고에 다니는 연령대인 만 6~17세 인구는 작년 546만명에서 302만명으로 44.7% 감소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며 세수가 늘면 자동으로 교육교부금이 늘어나는데 돈을 쓸 대상인 학생 수가 반토막나는 것이다. 이에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액은 같은 기간 1000만원에서 5440만원으로 급증하게 된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교육교부금 산정방식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재원 배분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초중등 교육투자가 우리나라 인적자본 형성에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실질소득 증가와 물가상승을 반영한 1인당 경상GDP 증가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액을 증가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재원배분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세수 연동 방식의 교부금 배정을 중단하고 성장률에 맞춰 교부금을 배정하되 전체 인구 대비 학령 인구 비중을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김 연구위원은 제안했다. 2021년에 이 방식을 도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2060년까지 40년간 1046조8000억원, 연 평균 25조원의 세수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추산했다.
매년 25조원씩 확보되는 예산을 노인 복지 등 새로운 복지 수요에 쓰는 등 지출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고 김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노후생활이나 건강·의료, 실업, 아동 양육 등 다른 분야에 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교육보다는 노후생활 등 다른 분야에 재원을 우선 배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증세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려한다면 증세에 앞서 재정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김 연구위원 주장대로 국세 일정 비율을 교육교부금으로 지급하는 현행 제도를 개편하자는 게 기획재정부 주장이다. 반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교부금을 줄이지 말고 성인 대상 평생교육 예산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교육당국과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