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학원, 메가스터디, 이투스 같은 대형 입시 학원뿐 아니라 일타 강사들도 수능 출제 교사들과 거액의 ‘문제 거래’를 해온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빅 3′ 입시 학원 외에도 입시업체 (주)이지수능교육와 초등부터 중고교까지 교과서와 문제집을 만드는 비상교육, 미래엔도 수능 출제 교사와 거래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일타 강사와 입시 업체 21곳은 수능 고득점을 위해선 실제 수능과 유사한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수능 출제 교사들과 계약한 뒤 ‘실전 문제’는 자신들이 가장 잘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평가원 경향을 적극 반영한 ‘킬링 캠프’”(현우진) “1등급이 목표라면 반드시 풀어봐야 할 실전 N제”(정상모), “시크릿 족집게 특강”(이지수능교육) 등으로 선전했다. 국어모의고사 업체 ‘이감’은 수능 출제와 같은 과정을 거쳐 양질의 문제를 출제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대형 입시 학원과 일타 강사들은 수능 출제 교사 한 명에게 5년간 최대 4억8000만원을 주고 모의 문제를 사들였다. 수능 출제 요령을 구매한 셈이다. 수능 출제 교사들에게 거액을 주는 대신 수험생을 상대로 수강료와 교재비를 받아 거액을 벌었다. 설립 10년도 안돼 대치동 학원가에서 유명세를 얻은 재수학원 ‘시대인재’는 월 수강료 200만원에 별도 교재비로 월 최대 100만원을 받는다.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하이컨시는 이번에 수능 출제 교사들에게 가장 많은 5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다음으로 대성학력개발연구소와 강남대성수능연구소가 각각 4억원대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하면 사교육 업계와 수능 출제 교사 간의 더 많은 불법 소지 거래가 드러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교육계 인사는 “수능 출제 기법을 아는 현직 교사가 거액을 받고 입시 학원에 문제를 팔고, 그 학원은 수능에 인생을 거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이를 홍보하며 큰돈을 벌고 있다”며 “결국 공교육만으로 수능을 대비한 수험생들이 상대적 손해를 입는 것”이라고 했다. 수능 출제 정보를 독점한 일부 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해 그들끼리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업체들은 수능 출제 교사를 영입해 ‘킬러 문항’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었다. 학원 강사들이나 대학생들이 문제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국세청 조사에서 수억원을 현직 교사에게 주고 킬러 문항을 사들인 정황이 드러나자 입장을 180도 바꿔 “모의 문제 출제에 교사들도 참여한다”고 했다.
이번에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업체들은 “수능 출제 경력을 알고 교사들을 섭외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우리 회사가 아니라 소속 강사들이 수사 의뢰 대상이 된 걸로 안다”면서 “강사들이 수능 출제 교사를 직접 찾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수능 출제 위원을 찾은 건 아니고, 기존에 문제집을 활발하게 제작한 선생님들 위주로 찾아서 계약한다”면서 “그중에 수능 출제진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종로학원의 계열사 종로학평은 최근 3년간 현직 교사 122명과 계약해 총 9억원을 줬으며 가장 많이 지급한 교사는 3000만원이라고 한다. 시대인재 측은 “모의 문제 대부분은 대학생들이 내고, 교사들은 극히 소수”라면서 “문항 공모를 할 때 자기가 교사임을 밝히지 않고 참여해서 우리가 모른 채 계약한 교사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은 잘 몰랐다는 것이다.
한 사교육 입시 전문가는 “수능 고득점 비결은 실전과 비슷한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보는 데 있고, 그런 문제를 낼 수 있는 현직 교사 풀(pool)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능 출제·검토진과 전부 겹칠 수밖에 없다”면서 “학원들이 지금까지 그많은 문제를 사들이면서 수능 출제에 참여한 교사들과 관련이 없고 모른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최근 수능 출제 교사 22명과 사교육 업체 21곳을 수사 의뢰한 것은 이들이 단순한 문제 출제 이상을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능 출제 기법과 요령 등 문제 이상의 정보를 주고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