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려’ 하면 안 됩니다. 학생의 탤런트(재능)를 끌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형 미네르바 대학’이라고 불리는 태재대의 염재호 총장이 개교 1주년(9월 1일)을 앞두고 ‘2030년 교육 혁신 비전’을 26일 발표했다. 염 총장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면서 “앞으로 수업 참가자의 발언 시간을 측정하는 AI 기술을 활용해 교수 발언 시간은 20%를 넘지 않도록 하고, 학생 토론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태재대는 물리적 강의실은 없고 온라인으로 토론 위주 수업을 하는 대학이다. 학생들은 2학년부터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외국에서 직접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모든 수업은 20명 미만의 소규모 토론으로 이뤄진다.
태재대는 오는 2학기부터 교육 혁신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더 늘리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다. 모든 수업을 녹화한 뒤 AI가 내용을 분석해 교수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교수가 설명하는 시간이 많진 않았는지, 학생들에게 골고루 발언 기회가 돌아갔는지 등을 측정해 알려주는 것이다. 교수들이 효과적인 교수법을 연수할 수 있도록 교원역량강화센터도 새로 만든다. 교수 임용 때 연구 능력을 중시하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태재대는 교육 역량만 본다. 모든 교수들은 3년마다 재계약 평가를 받는다.
교수의 설명이 필요한 개념은 3~5분 길이 강의 영상을 제작해 수업 전에 미리 학생들에게 듣게 할 예정이다. 염 총장은 “토론형 수업은 가만히 앉아 듣는 강의보다 지식 습득량이 10배 이상 많다”면서 “학생들이 게임 하듯 능동적으로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염 총장은 지난달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앞으로 염 총장은 태재대에서도 AI를 접목한 수업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태재대는 현재 4개 전공학부(자연과학·인문사회·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비즈니스혁신)를 운영하고 있는데, 2027년까지 모든 학부에서 AI를 활용한 수업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출범을 목표로 AI 대학원 설립도 준비 중이다.
성적이 아닌 역량을 측정하는 평가 지표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학생마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자기 주도 학습 능력 등 미래 필수 역량들을 측정해 ‘성장 그래프’를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염 총장은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졸업 후 어떤 분야로 진출했는지 등을 기록해서 신입생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