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립대들이 의대 증원에 대비해 동시다발로 대규모 전임교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100명 넘는 국립대 의대 전임교수가 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학기 개학을 앞두고 ‘강의 펑크’가 나지 않도록 교수 충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역 사립대는 국립대가 교수 인력을 빨아들이며 구인난을 겪고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대 4곳(전남대·충북대·강원대·전북대)은 최근 의대 전임교수 총 103명을 선발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비해 올해 국립대 의대 9곳 전임교수 33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결정했는데, 목표치의 30% 이상을 이미 채운 것이다. 대학별로는 전남대(48명 모집)가 47명을 선발해 가장 많았다. 39명 모집 공고를 낸 충북대는 27명을, 강원대는 26명 모집에 23명을 선발한 상황이다. 전북대는 작년 공고를 내 이미 6명을 선발했고 2차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국립대도 이달 안에 1차 전임교수 모집 절차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대학들은 우선 1학기 대비 교수 채용을 마친 후 남은 증원분은 2학기 임용을 목표로 추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래픽=김의균

지난해 교육부는 올해 의대 교육 여건 개선에 487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교수 증원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이 올해 복귀하고 신입생이 들어오면 전국 의대에 1학년 학생만 약 7500명이 된다. 늘어난 의대 정원에 집단 휴학까지 겹쳐 의료계에서는 부실 교육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컸다. 특히 지역 국립대는 전임교수 1명당 학생 수가 평균 2.4명으로 전체 사립대(1.3명)의 두 배 가까이에 달했기 때문에 더욱 교수 선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역 국립대는 교수 충원 목표치를 어느 정도 채우고 있지만, 지역 사립대는 교수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 지역 사립대는 규모·시설 면에서 국립대, 수도권 사립대에 비해 열악해 전임교수를 구하기 쉽지가 않다. 게다가 정부는 국립대에 전임교수 증원 등을 위한 비용을 직접적으로 투입하지만, 사립대는 저금리 융자(올해 예산 1728억원) 지원 외에는 별다른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A사립대는 작년 말 전임교수 42명 모집을 목표로 첫 공고를 내고 이후 추가 공고까지 냈는데도 현재 3명만 선발한 상황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지방 사립대 의대들이 전임교수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맞지만 평년의 경우 절반 안팎으로는 채용을 했다”면서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B사립대도 작년 말 80명 모집을 목표로 공고를 냈지만 10명 선발에 그쳤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가 인력을 다 빨아들이며 교수가 부족해 강의 펑크를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처우 인상 등으로 최소한의 인력 확보라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의실 등 물리적인 인프라 부족도 큰 문제로 꼽힌다. 각 대학은 서둘러 신관·강의실 공사에 나섰지만 준공이 당장 가능한 게 아니니 대체 강의실 편성 등 방법을 찾는 중이다. 7500명 대상으로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면 물리적 공간이 부족해 “2부제를 편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 “천막 수업을 해야 할 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는 교수 채용, 인프라 확충에 관한 문제는 당장 휴학 중인 학생들이 돌아온다는 걸 전제로 삼는다. 앞서 전국 40개 의대 학생회 단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오는 3월 개학 때도 강의실에 돌아가지 않는 방법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의대생들 사이에선 “2년 연속 휴학은 너무 부담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육계에선 “의대생들이 계속 돌아오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인원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며 “올 3월에는 의대생들이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