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서울 주요 사립대 9곳이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모두 인상한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을 요청했지만, 16년간 정부 정책으로 등록금이 묶였던 대학들이 재정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줄줄이 등록금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에 따르면, 고려대는 이날 4차 등록금 심의 위원회(등심위)를 열고 등록금을 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가 마지막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건 2009년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등록금을 동결했다. 고려대는 지난 10일 1차 등심위에서 등록금 5.49%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후 학생 측에서 4.5% 인상을 제시하면서, 5% 인상으로 의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등록금은 교직원·학생 등으로 구성된 각 대학의 등심위에서 매년 1월쯤 결정한다.

성균관대 역시 지난 20일 5차 등심위에서 등록금을 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성균관대가 마지막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건 2011년이다. 2012년엔 등록금을 인하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등록금을 동결했다.

학생 측에 5.3~5.49% 인상안을 제시했던 연세대는 지난 23일 4차 등심위에서 등록금 4.98% 인상을 결정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학생 위원 5명의 반대에도 교직원과 전문가 위원 6명의 찬성으로 등록금 인상이 의결돼 유감”이라며 “등록금 인상에 따른 수익이 학생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학교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중앙대는 지난 22일 등록금 4.95% 인상을, 경희대는 지난 17일 등록금 5.1% 인상을 결정했다. 앞서 서강대(4.85%), 한양대(4.9%), 이화여대(3.1%), 한국외대(5%)도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서울 주요 사립대 9곳의 올해 등록금이 모두 인상됐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분을 실험 및 실습 교실 개선, 우수 교수 채용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커지자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는 대학에 대학 혁신 지원 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올려주는 등의 유인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 장학금 2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요해 왔다. 서울 주요 사립대들은 등록금을 인상하는 이유로 오랫동안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해졌다며, 대학 경쟁력이 추락하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