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동양미래대에서 교육부 반도체부트 사업의 일환으로 겨울 계절학기 반도체 실습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에 있는 동양미래대 4호관 404호. 겨울방학이지만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실무’ 강의를 듣는 학생 26명으로 가득 찼다. 이날 학생들은 반도체 통신 프로토콜을 활용해 만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등을 옮길 때 쓰는 장비 모형을 작동시켜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강의는 동양미래대에서 진행하는 ‘반도체 부트캠프’ 수업이다. 부트캠프(bootcamp)는 군대의 ‘신병 훈련소’라는 뜻으로, 단기간 내 속성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말한다. 정부는 반도체 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반도체 부트캠프 사업을 재작년 도입했다. 대학에 연간 14억원씩 지원하기 때문에 참여 학생들은 무료로 수업을 듣고 최대 150만원 정도 장학금도 받는다. 올해는 동양미래대를 포함해 총 28개 대학에서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동양미래대(옛 동양공업전문대)는 전통적으로 공학 계열에 강한 전문대다. 인구 감소로 많은 전문대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양미래대는 2024학년도 입학 경쟁률이 6.8대1에 달할 정도로 학생이 몰린다. 취업 수요가 높은 과정들을 운영해 온 게 비결로 꼽힌다. 예컨대, 2007년부터 10년간 삼성전자와 취업 약정을 맺고, 반도체 설비 등 분야에 자동화공학과 졸업생 400여 명을 취업시켰다. 김학성 동양미래대 반도체부트캠프 단장(로봇자동화공학부 학부장)은 “반도체 분야엔 석·박사급 연구 인력뿐 아니라 다양한 장비를 운용하고 유지·보수하는 인력도 부족하다”면서 “우리 대학은 생산 현장 맞춤형 인력을 양성한다”고 밝혔다.

동양미래대의 ‘반도체 부트캠프’에는 반도체전자공학과, 자동화공학과, 로봇소프트웨어과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6개월~1년간 집중 수업을 받게 된다.

학생들에게 반도체 현장에서 곧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두산로보틱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등 국내외 반도체 장비·설비 기업 30여 곳과 협약을 맺었다. 협약 기업들과 함께 ‘자동화제어장비 실무’ 등 실습 과목을 개발했다. 기업 직원이 직접 강사로 나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실제 반도체 생산 현장을 경험할 수 있게 1억5000만원을 들여 반도체 클린룸을 조성했고, 6500만원짜리 협동 로봇 6대를 갖춘 실습 교실도 만들었다.

협약 기업 중엔 ‘램리서치코리아’도 있다. 작년 3월 세계적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의 연구원 김유석씨를 전임 교수로 채용한 게 인연이 됐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비 개발을, 램리서치에서 반도체 공정 개발을 연구하다 교수가 됐다. 김 교수는 “부트캠프 장비들이 기업들이 실제 쓰는 고가 장비와 원리가 거의 똑같다”면서 “캠프 출신 학생들은 현장 장비와 설비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안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작년 3월부터 현재까지 부트캠프에 참여한 학생 183명 가운데 34명이 반도체 업계에 취업했다. 이 중 24명은 램리서치코리아(14명) 등 협약 기업에서 데려갔다. 김진환(로봇소프트웨어과 2)씨는 “반도체 공정에 대해 아는 게 백지였는데, 부트캠프에서 반도체 장비 모형들을 조립하고 제어해보면서 반도체 현장에 흥미가 생겼다”면서 “취업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