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윤석열 정부가 현직 교사들과 사교육 업체들이 서로 이득을 취하는 ‘사교육 카르텔’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가운데 조사 대상이었던 대형 입시 업체들은 이 기간 오히려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선 “정부의 대대적 조사가 오히려 업체들을 홍보해준 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2023년 6월 교사들에게 문항을 사들인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대성학원 등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국세청은 입시 업체들에 총 286억원을 추징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18억원을 부과했다. 감사원은 작년 3월 입시 업체들을 수사 의뢰했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는 사이 이 학원들의 ‘매출’은 급증했다. 2021년 7039억원이었던 메가스터디교육 매출은 2023년 9352억원으로 불어난 뒤 작년 9262억원을 기록했다. 입시업체 ‘시대인재’의 모기업 하이컨시의 매출은 2021년 1896억원에서 2023년 3605억원으로 2년 동안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결국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조사가 오히려 이들 대형 입시업체에 이득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BS 교재나 수능 문제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들에게 문제를 입수했다는 것 자체가 ‘족집게 학원’ ‘능력 있는 학원’이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심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 조사 결과 2018년부터 2023년까지 EBS 교재를 집필했던 서울 한 고교 교사 A씨는 EBS 교재가 출간되기 전에 유명 입시 학원 강사에게 문제를 넘기기도 했다. EBS와 서약한 ‘보안 금지 의무’도 위반하면서 강사 편의를 봐준 것이다. EBS 교재는 수능 문제의 50%가 출제되기 때문에 이것을 먼저 입수한 강사는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학부모들은 정부 조사를 받은 학원들을 ‘수능을 잘 가르치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초등생 학부모들까지 이들 학원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 사교육이 더 증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교육 카르텔’ 조사는 교사와 사교육 업체의 유착 속에서 학부모들만 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시스템을 깨기 위해 시작됐다. 그런데 오히려 대형 학원들은 갈수록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시대인재는 이달 말 경기 용인시에 1500명 규모 기숙재수학원을 열고 학생 1인당 40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교재비, 모의고사비는 별도이고, 1인실을 사용하는 학생은 30만원을 더 내야 해서 한 달 학원에 내는 비용은 500만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