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초·중·고교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채택률이 교육감 성향에 따라 지역별로 최대 12배 넘는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택률 100%를 기록한 대구 강은희 교육감이 전교조로부터 고발당하는 등 AI 교과서가 정쟁 도구가 되는 모양새다.
2일 백승아 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AI 교과서 선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전국 초·중·고 1만1921곳 중 3857곳(32%)이 AI 교과서를 채택 혹은 채택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비례)과 박근혜 정부 때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보수 성향 강은희 교육감이 이끄는 대구는 전체 학교 466곳 모두 AI 교과서를 사용할 예정(채택률 100%)이다.
반면 세종은 전체 학교 105곳 중 AI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8곳(8%)에 불과하다.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해 ‘젊은 공무원 도시’로 불리는 세종은 대표적인 야권 텃밭으로, 전교조 충남지부장을 지낸 진보 성향 최교진 세종교육감이 2014년부터 10년 넘게 교육감을 맡고 있다.
다른 지역도 교육감 성향에 따라 채택률이 달랐다. 대구를 비롯해 강원(49%), 충북(45%), 경북(45%), 경기(44%), 제주(41%) 등 채택률 40% 이상인 지역은 모두 중도·보수 교육감 지역이다. 반면, 채택률 20% 이하 지역은 전남(9%), 경남(10%), 광주(12%), 울산(15%), 인천(20%) 등은 모두 진보 교육감 관할이다.
교육부는 애초 올해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수학·영어 정보 과목에 AI 교과서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과 전교조 등 교원 단체 반발이 거세자 올해에 한해 학교장이 알아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채택률이 낮은 지역은 교육감이 야당과 전교조 등 노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교조 등 야권은 AI 교과서에 대해 “교육 효과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인사는 “디지털 교과서 등은 과거 진보 정치권이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해온 정책인데, 지금은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AI 교과서 도입으로 교사 업무가 늘어날까 걱정하는 조직 이기주의가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4일 전국 학교들이 일제히 개학하지만 서울 지역 학교들은 AI 교과서 사용에 필요한 단말기 보급이 늦어지면서 이달 중순 이후에나 학생들이 AI 교과서를 써볼 수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