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까지 학생들이 복귀한다는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리자는 대학 총장들과 의대 학장들의 의견을 수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증원된 5058명을 그대로 뽑겠다고도 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의정(醫政) 갈등을 풀 열쇠가 의대생들 손에 쥐어진 셈이다.
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양오봉·이해우 공동회장,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종태 이사장과 함께 브리핑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총리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의총협 건의를 받아들여 3058명으로 하겠다고 했다. 다만 “3월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조정 방안은 철회되고 모집 인원은 당연히 5058명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의대 정원은 작년 2월 정부가 2000명 증원 정책을 발표해 5058명으로 정해졌다. 5058명이란 정원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모집 인원은 3058명으로 줄여 뽑겠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그대로 둔 채 모집 인원만 4567명(1509명 증원)으로 줄인 바 있다.
이날 발표는 교육부와 의료계 일부 단체가 ‘하루빨리 학생들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결과다. 이종태 KAMC 이사장은 “(학생들이) 떠날 것을 결정한 순간이 있었듯, 지금은 돌아올 순간을 결정해야 할 때”라며 “의료계는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학생들은 학교에서 목소리 내달라”고 호소했다.
이해우 의총협 공동회장은 “대부분 대학이 의대 증원에 대비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정원 감소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학생들은 조속히 학교로 돌아오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이날 정부 발표로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한다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3058명이 될 전망이다. 현재 고2가 치르는 2027학년도 입시부터는 국회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가 정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28일 추계위 신설 법안을 통과시키며 2026학년도 정원을 추계위에서 정하기 어려우면 대학 총장이 교육·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모집 인원을 정한다는 부칙을 달았다.
일각에선 학생들 복귀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지금까지 의대생들이 전공의 등 의료계 단체들과 행동을 함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오봉 의총협 회장은 “이번 조정안은 의대 학장단이 학생 대표들과 면담하고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3월 내 의대 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복귀할 것에 대비한 ‘교육 정상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학생들이 복귀하면 의대들은 작년에 휴학한 24학번 3000여 명과 25학번 신입생 4500여 명 등 7500명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7500명이 6년간 함께 교육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 인력이 한꺼번에 배출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보완할 만한 교육 모델들을 제안하고 대학들이 알아서 고르도록 했다. 예컨대, 24학번이 4학기인 의예과 1·2학년 과정을 3학기 만에 이수하게 하는 방안, 24학번이 6학기인 본과 2·3·4학년 과정을 5학기 만에 끝내게 하는 방안 등이다. 이렇게 하면 24학번이 25학번보다 한 학기 일찍 졸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의사 인력 배출 시기도 앞당겨지고 ‘7500명 동시 수업’ 부담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복귀하는 의대생들에겐 이런 유화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미복귀 의대생’에 대해선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강수도 뒀다. 작년에는 상당수 대학이 의대생들의 휴학이 ‘집단행동’인데도 승인해줬고, 학칙상 휴학이 안 되는 1학년들도 특례 조항까지 만들어 유급을 면해줬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집단 휴학’은 절대 승인해 주지 않고, 학칙에 따라 유급 등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 발표 후 대학들도 사활을 걸고 학생 설득에 나섰다. 최재영 연세대 의대학장은 이날 학생들에게 편지를 보내 “최대한 조정해 3월 24일 특별 교육 일정을 편성했고, 24일 이후에는 복귀가 불가함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정부와의 협상은 선배들에게 맡기고 학교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의대 ‘정원’과 ‘모집 인원’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 정책 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결정한다. 대학들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모집 인원’은 그해 대학들이 실제 뽑는 인원으로, 정원 한도 내에서 대학들이 정부 승인을 받아 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