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광명초는 25일 오전 전교생 13명과 교직원 8명이 모여 ‘귀빈’ 조단(7)군을 맞았다. 최근 이 동네로 이사 온 조군이 광명초로 전학을 오며 유일했던 1학년 고유림(7)양의 동급생 친구가 됐다. 유림양의 책걸상만 덩그러니 놓였던 1학년 교실은 조군이 새로 오며 활기를 찾았다. 고양은 “함께 공부할 친구가 생겨 기쁘다”고 했다. 학교는 이날 입학한 조군에게 입학 장학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고양도 지난 4일 입학 때 같은 장학금을 받았다.
이 학교 교직원과 지역 주민들에게는 고양과 조군의 입학이 단비 같은 소식이다. 1937년 설립된 광명초는 90년 가까이 원산도 지역사회와 함께해 왔다. 육지와 해저 터널로 연결돼 있고 주민도 1000명이 넘지만 이 학교 전교생은 15명에 불과하다. 신입생을 유치하지 못하면 이 지역 유일 학교가 폐교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지역사회와 동문회가 발 벗고 나서 3000만원을 모았다. 이것으로 1인당 300만원씩 ‘입학 장학금’을 신설했다. ‘영어 특성화’ 교육을 내세우며 원어민 화상 영어 교육도 도입했다.
광명초는 인근 지역에 이런 혜택들을 적은 현수막 수십 장을 내걸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우연히 이 현수막을 본 고양 가족이 작년 오천면으로 이사를 온 데 이어 조군까지 전학 오는 성과를 냈다. 송봉석 광명초 교장은 “초등학생은 장거리 통학이 어렵기 때문에 초등학교가 한 곳도 없다는 건 더는 젊은 인구 유입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주민 입장에선 초등학교 폐교 여부가 지역의 앞날을 결정하는 일인 만큼 학생 유치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사회가 십시일반 입학 장학금을 만드는 등 초등학생 유치전에 뛰어든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2025학년도 초등학교 입학 아동은 35만6258명으로 10년 전보다 21.8%(9만9421명) 감소했다. 올해 폐교 예정인 초중고는 49곳으로, 작년 33곳보다 16곳 늘었다. 초등학교 폐교가 사실상 지역사회의 존망과 연결된 만큼 파격적인 입학 혜택을 내세우는 학교가 생겨나는 것이다.
전남 장성군 북이초도 올해 입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200만원씩 줬다. 이 학교는 원래 올해 입학 예정자가 0명이었다. 가뜩이나 학생이 줄어 전교생이 35명밖에 안 됐는데 올해 아예 입학생이 없으면 폐교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다. 이에 학교가 작년 말 ‘폐교 위기 대응팀’을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 소식을 들은 총동문회가 1000만원을 모아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학교는 입학 장학금에다 ‘인라인 스케이트 1대 무료’ ‘방과 후 활동 전액 무료’ 등 각종 혜택도 주기로 했다. 교직원들이 인근 주민들을 찾아가 열심히 홍보한 결과, 올해 5명이 입학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민문순 북이초 교장은 “큰돈은 아니지만 부모님들이 아이 언어 치료도 하고 해외여행 기회도 준다고 하는 등 의미 있게 쓰려고 하더라”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입학 장학금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충남 서천군 지역 주민들도 한산초를 살리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올해 입학생 2명에게 1인당 330만원의 장학금을 줬다. 총동문회 200만원, 장학회 100만원, 지역 후원회 100만원, 지역 교회 60만원씩 쾌척한 덕분이다.
입학 장학금 외에도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는 특별 활동을 내걸며 학생 유치에 나선 학교도 많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일초는 전교생 33명에게 승마 교육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작년 학교 안에 20m짜리 승마 트랙을 만들었다. 충북 진천군 구정초는 교내에 골프 연습장을 만들어 전교생에게 골프 수업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견뎌내기 어려운 곳이 많다. 충북 옥천군 군서초는 입학생이나 전학생에게 장학금 50만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올해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개교 10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전교생 31명인 충북 괴산군 감물초도 올해 입학 장학금 100만원을 신설하며 홍보 총력전에 나섰지만 입학생이 1명에 그쳤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과 학교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훈호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장거리 통학이 가능한 5~6학년 때는 규모가 있는 학교로 전학해 또래와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