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1학기 등록 마감일인 27일 서울대 의대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대 의대 학생들은 이날 오후 대부분 1학기 등록 절차를 마쳤다. /박성원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했던 서울대 의대생들이 사실상 전원 학교에 복귀하기로 했다. 작년 3월 전국 의대 40곳에서 휴학 사태가 벌어진 이후 ‘의대생 전원 복학’이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 고려대 의대도 미등록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가 복학 신청을 받고 있어 대부분 의대생이 복귀할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학생회는 지난 26일 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1학기 등록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607명)의 65.7%(399명)가 ‘등록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27일 오후 대부분이 복학원 제출과 수강 신청 등 1학기 등록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마감 기한까지 복학 신청을 하지 않아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받았던 연대 의대생 398명도 이날 대부분 학교에 등록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제적 사태가 우려됐던 고려대 의대도 이날 면담을 통해 추가 복학 신청을 받았다.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연·고대의 복귀율은 80%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서울대를 비롯해 이화여대·부산대 등 의대 7곳이 복학 신청을 마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의과대학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의대생들을 향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더는 주저하지 말고 강의실로 돌아와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줄줄이 “복학”… 의대생 단일대오 무너져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 제1의학관 4층. 크로스백을 멘 남학생 A씨가 강의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 후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문에는 ‘학생 면담실’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지난 21일 등록 마감 시한까지 복학 신청을 하지 않아 제적 조치를 앞둔 학생들이 교수들과 최종 면담하는 자리였다. 10여 분 만에 면담실을 나온 A씨는 복도에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A씨는 “고민 끝에 복학원에 서명했다”며 “혼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교수님이 ‘학생 피해가 없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득해 주셔서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고려대 의대는 이날 교수 12명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종일 1학기 미등록 학생들을 만났다. 상담 신청 학생이 250명을 넘어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고대는 면담 여부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 학생들을 고려해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상담 시간을 10분 단위로 정해 학생들에게 고지했다. 학교 측은 “면담을 신청한 학부생들은 복학 의지가 상당히 있다고 판단해 이들이 최대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복귀를 위한 행정 절차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고려대는 28일에 미등록 의대생들을 전원 제적 처리할 방침이었다. 지난 21일 복학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체의 40%가량인 300~350명이 등록을 안 해 제적 대상이 됐다. 이후 “등록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학생·학부모 민원이 빗발치면서 의대 학장단 긴급 회의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학생을 설득하는 등 복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서울대 의대 학장단은 그동안 세 차례 학생·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고, 온라인 간담회를 열며 학생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연세대와 전남대 등 다른 의대들도 미등록 학생들에 대한 면담을 진행해 추가 복학 신청을 받았다.

27일 서울대 학생 전원이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후 등록을 마감하는 나머지 의대에서도 학생들 복귀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에선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1학기 전국 의대의 최종 복귀율이 70~80%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단 휴학 사태 1년여 만에 의대생들의 복귀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수업이 완전히 재개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부 강경 의대생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등록 후 휴학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적을 피하려고 등록은 하되, 다시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의대생 사이에선 ‘등록 후 휴학’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본과 실습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이 늘어나는 등 학교 수업에 돌아오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27일 고려대에서 만난 한 의대생은 “상당수 학생은 정부와 의사 단체 간 협상 진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소수의 강경한 의대생 비대위 지도부의 주장에 휘말려 복학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며 “복학 후에도 수업에 참여하자는 주변 친구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31일 40개 의대생들의 실제 수업 복귀 현황을 집계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제대로 복귀해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