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대 중 인제대를 제외한 39곳에서 전원에 가까운 학생이 1학기 등록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의대생이 등록금을 냈고 복학 신청도 마치며 우려했던 ‘집단 제적’ 사태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수업 참여율이 낮은 대학이 많아 ‘대거 유급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1일 전체 40개 의대 중 35개 의대에서 학생 복귀율이 100%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세대(복귀율 93.8%), 연세대 원주(91.9%), 아주대(99.6%), 경상국립대(99.7%)는 군 입대 대기자 등이 있어 복귀율이 100%는 아니지만, 사실상 전원에 가까운 학생이 복귀했다.
4일까지 등록 기한을 미룬 인제대만 아직 전원 복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학생들 복학 신청은 접수됐으나, 370명(74.6%)이 등록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 학생들을 ‘제적 예정자’로 집계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제적자는 2명이고 전체 의대생 복귀율은 96.9%로, 정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각 의대 수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의학 교육계와 논의해 내년도 모집 인원 조정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대들은 복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수업을 재개했다. 가톨릭대·울산대·충북대·부산대 등이 전날 개강해 수업을 시작했고, 이미 앞서 개강했던 다른 대학들은 기존에 진행되던 수업에 복학생이 합류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의대는 복귀 학생들의 신상이 유출돼 괴롭힘을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4월 중순까지는 온라인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이후 차츰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의대생들이 등록을 마치면서 의대생 수천 명이 집단 제적되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하지만 실제 강의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아직 미미한 대학이 많다. 성균관대 의대는 1일 대면 수업을 재개했지만, 출석률이 5% 미만으로 알려졌다. 동아대 의대 역시 출석률이 5% 미만, 아주대 의대는 본과생 기준 10% 미만이라고 한다.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의대 건물에는 일부 강의실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의대에서 만난 교수 A씨는 “그래도 학생들이 꽤 수업에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극소수 학생만 강의실에 있더라”면서 “이대로면 많은 학생이 유급될 텐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성균관대 의대 학칙에 따르면 수업 일수 4분의 1 이상 무단 결석하면 F 학점을 받는다. 또 전공 과목 하나라도 F를 받으면 ‘유급’된다. 1일이 ‘수업 일수 4분의 1’에 해당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대학 측은 최근 학생들에게 ‘4월 1일부터 수업에 결석할 시 출석 일수 미달로 F를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며 출석을 독려했다. 그런데도 이날 대부분 학생이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아 ‘집단 유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이날 결석한 학생이 유급 대상이 되는 건 맞다”며 “처리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성균관대뿐 아니라 대부분 의대는 일정 기간 무단 결석하거나, 전공 과목에서 F학점을 받으면 유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학마다 개강일과 기준 수업 일수는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이달 안에는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해야 ‘집단 유급’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현재 학생들이 수업 참여율이 낮은 것은 일부 강경한 의대생을 중심으로 ‘등록은 하되 수업은 거부하자’는 투쟁 기조가 이어지는 점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의대생들 사이에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 결과를 보고 수업 복귀 여부를 결정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복귀 여부에 따라 정부의 ‘내년도 증원 0명’ 조정안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그전에 수업 복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대 학장들은 최근 정부에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3058명)으로 돌리는 ‘조정안’을 하루빨리 확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립대 의대 학장은 “수업에 복귀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전원이 복귀 안 했다’면서 조정안을 철회하면 동료들한테 배신자로 낙인만 찍힐 수 있지 않으냐”면서 “정부에 뒤통수 맞을까 봐 수업에 안 나오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는 상당수 학생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0명’으로 확정하면 학생들이 계속 수업에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급
상위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해당 학년에 그대로 남는 걸 뜻한다. 대부분 의대는 일정 기간 무단결석하거나,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유급 처리는 학기 말에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