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우수학생 국가 장학금 중 일부가 ‘의대 진학’을 준비한 이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산업 발전과 과학 기술 분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만든 국가 장학금이 부적절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9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제출받은 ‘이공계 우수학생 국가 장학금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당 장학금 환수 결정이 내려진 258명 중 54명(약 21%)의 환수 사유는 ‘의대 진학’이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이들은 기존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의대로 진학한 경우”라고 했다. 정부가 4년 내내 이들 54명의 이공계 학과 등록금과 학업 장려비 등을 내줬는데, 학교 졸업 후 의대로 가버린 것이다. 이에 이공계 우수학생 국가 장학금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의대 가려고 준비하는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부적절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공계 우수학생 국가 장학금(대통령과학장학금, 국가우수장학금)은 뛰어난 이공계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매 학기 등록금(전액)과 학업 장려비 등을 최대 4~5년간 지원해주는 장학 사업이다.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학교를 거의 공짜로 다니는 대신, 졸업 후 일정 기간 이공계 산업 및 학계 등에 종사해야 한다. 만약 의무 종사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그간 받았던 장학금은 환수 조치 된다. 학교를 다니던 중 이공계 이외 분야로 전공을 바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부는 의대 진학자에게 지급된 이공계 장학금 13억5100만원 중 7억4300만원은 환수조차 하지 않는다. 지급된 장학금의 절반 이상이 환수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이공계 우수학생 장학금을 환수할 때 초기 2년의 지급액은 환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하여 오는 6월 이공계지원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이공계 산학연에 의무 종사하지 않아도 장학금이 환수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공계 우수학생 국가 장학금은 의대에 진학하는 이들이 아닌, 장학금이 정말 필요한 이공계 인재들에게 쓰여야 한다”며 “초기 2년 지급액에 대한 미환수 문제 등을 해결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