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의대 25학번은 9일 단체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수업 거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신입생 110명 중 109명이 성명에 참여했다.
의대 고학년인 본과생들은 속속 수업에 복귀하고 있는데, 올해 신입생들은 끝까지 수업 거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아주대뿐 아니라 주요 의대에서도 신입생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싸늘하다. 25학번 새내기는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증원(+1497명) 혜택을 받은 학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능 전 영역 1등급을 받아도 의대 합격이 어려웠지만 올해 정원이 늘어 2등급대 수험생도 의대에 들어갔다. 매년 40명씩 선발하던 아주대는 올해 세 배 가까운 110명을 뽑았다. 증원 혜택의 당사자들이 증원을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회 전체가 의대생 복귀를 위해 판을 깔아주고 있는데도 여전히 교실 복귀 거부를 외치는 의대생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정부는 의대생이 복귀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을 0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고, 대학은 학사 일정을 연기하는 등 각종 편의를 봐주고 있다. 일부 대학은 당장 학칙에 따라 유급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가 학생 반응이 예상과 다르자 ‘동영상 수업만 봐도 유급 처리 안 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원칙을 무너뜨리고 이미 유급 대상인 학생들을 구제하겠다는 것인데, 다른 전공 대학생들은 속이 끓는다. 한 대학생은 “일반 전공 학생은 수업 몇 번 안 나가면 F학점 맞고 심하면 제적을 당하거나 장학금이 끊긴다”며 “의대생은 규칙을 어겨도 봐준다는 굉장히 안 좋은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물론 25학번 예과생들이 수업 복귀를 안 하는 데에는 강경 투쟁을 주도하는 본과생·전공의 선배들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난 (증원) 특혜 입었지만 너는 안 돼’라는 의대 신입생들 태도는 납득이 어렵다. 벌써 대학가에선 “결국 대학들이 집단 유급을 시킬 수 없어서 의대생들이 버티면 나중에 다 받아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10, 15년 뒤 의사 가운을 입을 의대생이 이번에 자신들이 받은 것이 ‘예외적 혜택’이라는 걸 모른 채 우월 의식에 젖어 있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