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뉴시스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공무원 100여 명이 ‘영유아기 사교육, 정말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최근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교육 저(低)연령화가 심각해지자 교육 정책 담당 공무원부터 문제 시급성을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 강연이다.

이날 행사에선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영 연구위원이 최근 진행한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연구 결과 영유아 사교육의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비용은 늘었지만 실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난해 6월 서울과 경기 지역 초등학교 1학년 72명의 언어 능력과 사교육 경험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영유아 시기 사교육을 한 가지 이하로 받은 어린이의 평균 언어 지수는 111점으로 2~5가지(116점), 6가지 이상(118점) 어린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서 언어 지수란 학령기 아동의 전반적 언어 발달 상황을 점수화한 것이다. 어휘력 점수 차도 크지 않았다. 과거 사교육을 한 가지 이하로 받은 아이들의 평균 어휘력 점수는 83점인데, 2~5가지 받은 아이는 89점, 6가지 이상 받은 아이는 86점이었다. 사교육을 6가지 이상 받은 아이들의 어휘력 점수가 2~5가지를 받은 아이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반면 영유아 시기 지나친 사교육은 아동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영유아 시기 사교육 경험이 1가지 이하인 초등학생의 자존감 점수는 평균 53점으로, 2~5가지(52점)인 어린이와 비슷했고, 6가지 이상(42점) 어린이보다 10점 이상 높았다.

이날 강연에서 김 위원은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이 단기적으로 언어 능력, 문제 해결력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과도한 사교육은 놀이와 휴식 시간을 감소시켜 오히려 아동의 전인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서울 강남의 일부 계층에서 벌어졌던 영유아 사교육 문제는 최근 다른 도시로 확산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만 5세 어린이 10명 중 8명이 각종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유치원’이라는 수백만 원짜리 영어 학원들이 인기를 끌어 한글도 잘 모르는 만 4세까지 ‘입학 시험’을 공부하는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