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진행된 부산 동구 부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김동환 기자

문과를 택한 수험생이 올해 이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상위권 학생이 이과로 몰리자 부담을 느낀 중·하위권 학생이 문과로 전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학원이 고3들이 지난달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 응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학 선택 과목 가운데 문과 학생이 주로 보는 ‘확률과 통계’ 응시생 비율이 작년 53.9%에서 올해 59.5%로 5.6%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이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미적분’ ‘기하’ 응시 비율은 46.1%에서 40.5%로 감소했다. 현행 수능 과목 체제가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3월 모의고사에서 ‘확률과 통계’ 응시생 비율이 늘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수능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과목 가운데 1개를 선택해야 한다.

3월 모의고사에서 ‘확률과 통계’ 응시생 비율은 2022학년도 60.5%, 2023학년도 56.8%, 2024·2025학년도 각각 53.9%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4년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다시 올라간 것이다.

통상 문과생들이 보는 ‘사회탐구’ 응시생 비율도 작년 55.1%에서 올해 64.6%로 9.5%포인트 늘었다.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이 낮게 나오면서 ‘문송’(문과라 죄송)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시대에 문과생이 늘어난 건 오히려 강해진 이과 선호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나 서울 주요 대학 이공계 학과에 진학하려 이과 과목으로 쏠리자 이들과 경쟁하는 데 부담을 느낀 중위권 이하 학생들이 문과 과목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공계열 학과를 고집하지 않고 한 단계 높은 대학의 ‘간판’을 기대하고 문과로 전향한 학생들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부터 ‘확률과 통계’나 ‘사회탐구’를 응시해도 이공계 학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 대학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그 결과 이공계열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전략적으로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보는 ‘사탐런’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사탐런’은 이과생들이 상대적으로 공부량이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