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조마조마 했어요.”
지난 28일 밤 발생한 부산 김해공항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 화재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들은 이렇게 말했다. 항공기 꼬리 부분의 좌측(조종석에서 봤을 때) 머리 위 선반에서 난 불이 연료통에 옮겨 붙을 경우 폭발 등으로 대형 재난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불의 시작 지점은 아직 정확히 특정돼 있지 않다. 소방당국은 승무원, 승객 등의 증언에 따라 발화 지점이 항공기 후미 쪽 좌측 선반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지점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YTN은 29일 “한 승객이 제보한 당시 영상에 따르면 29~30열 선반 안에서 불길과 연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에어버스321기종인 BX391편은 34열까지 좌석이 있고 그 뒤에 승무원들이 음식 등을 준비하는 ‘갤리’가 붙어있다. 소방당국과 에어부산 측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 26분쯤 이 후미 갤리에 있던 한 승무원이 좌측 선반 안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
이렇게 시작한 불은 조종석이 있는 머리 쪽으로 번져갔다. 비행기 안은 연기로 자욱해지고 불길이 퍼져나갔다. 승무원, 승객들이 대피 준비와 대피를 하느라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 밖도 숨가쁘게 돌아갔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경찰 등 158명을 투입하고 펌프차, 탱크차, 화학차, 굴절차, 구조차 등 68대의 진화 장비를 동원했다.
당시 바람이 꼬리 쪽에서 머리 쪽으로 세게 불었다.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BX391편은 연료통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상태였다. 연료유 16t(톤)이 기체 중간 쯤인 날개 부위에 실려 있었다. 소방당국 한 관계자는 “꼬리 쪽에서 일어난 불이 그 기세를 키워 번지고 있는데 바람이 머리 쪽으로 세게 부니 ‘만에 하나 연료탱크를 폭발시키면 우짜노’ 생각만 해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듯 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항공기 천장 쪽인 선반에서 난 불이 그 아래 바닥 쪽으로 옮겨 붙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또 특수 수성막 소화약제를 집중적으로 뿌리는 등 연료탱크가 있는 날개 부위 주변을 온 힘을 다해 방어했다. 김동학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당시 남동풍이 초속 10m 속도로 불었고 항공유로 불이 옮겨 붙어 폭발 등 화재가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176명의 탑승자들이 큰 탈 없이 무사히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탑승객 3명과 승무원 4명 등 7명이 대피 과정에 찰과상 등 경상을 입는 데 그쳤다. 불은 오후 11시31분쯤 완전히 꺼졌다. 비행기는 절반쯤 탔다. 소방대가 불길이 연료탱크가 있는 아래로 번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은 탓에 기체 윗부분 천장 쪽이 주로 탔다.
한편 휴대폰 배터리 등 화재 원인 등에 대한 조사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김해공항 현지로 내려와 현장 확인을 하는 등 30일부터 본격화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도 이날 오전 10시 합동감식에 나선다.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은 29일 오전 김해공항 현장을 방문,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사고 수습 및 대책, 피해보상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박 시장은 “이 사고의 사후 처리에 조금도 문제가 없도록 적극 나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사고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신속한 사고 수습과 함께 사고원인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도 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