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지하철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1명이 지하에 고립되고 1명이 실종됐다. 또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인근 주민 약 2300여 명이 주변 체육관과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3분쯤 신안산선 복선 전철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오후 11시 기준 고립자 및 실종자에 대한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총 18명이 현장 안전 진단과 보강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12명이 지하 30m 지점에 있었다. 터널이 붕괴하기 직전 대부분 이상 징후를 느끼고 대피했으나, 지상 작업 중이던 굴착기 기사 1명은 지하에 고립됐고 다른 작업자 1명은 연락이 끊겼다.
◇하루 전 ‘위험신호’ 있었는데도 보강공사하다 대형사고
신안산선은 서울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을 잇는 복선 전철로, 2019년 9월 착공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치형 터널을 하나 뚫은 뒤 옆에 기둥을 세우고 또 다른 터널을 뚫는 ‘투 아치(2 arch)’ 방식으로 공사 중이었다고 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발생 순간 갑자기 왕복 6차선 도로 한가운데 땅이 폭삭 꺼지면서 바로 옆 지상에 있던 공사 시설물까지 균형을 잃고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희뿌연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주변 약 50m 구간이 쩍쩍 갈라졌다고 한다. 지하 공사 현장이 무너지면서 그 여파로 지상 도로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붕괴와 동시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전기가 끊겼다”며 “전조 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현장 작업자들 사이에선 전날 밤 10시쯤부터 ‘지하 터널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에 금이 여러 개 갔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었던 작업자들은 “지하에서 ‘꿍’ ‘끼익 끼익’ 하는 소음이 계속 들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광명시에도 이 같은 신고가 접수됐고, 0시 30분쯤부터는 경찰이 주변 약 1km 구간에서 사람과 차량을 전면 통제했다. 이에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공사를 중단하고 오전 4시쯤 전문가들과 함께 지하 24m 지점에 내려가 안전 진단을 진행했다. 그리고 오전 7시부터는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 붕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사고 순간까지 현장 작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 구간은 2년 전에도 “지반이 불량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던 곳이다. 감사원은 2023년 1월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신안산선 제5공구(시흥시청~광명)의 경우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km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지반이 ‘매우 불량’ 상태인 5등급”이라며 “그런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지반이 솟아오르는 것에 대응하는 콘크리트 시설물)’가 반영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감사원 지적 사항과 이번 사고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 상태에서 안전 점검과 보강 공사를 진행한 것인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고 현장과 50m 떨어진 곳에 학생 1500명 규모의 초등학교가 있다. 다행히 학교 측은 공사장 붕괴 우려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후 3시 전 돌봄 수업 등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64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도 근처에 있다. KTX 광명역과는 직선 600m 거리다. 붕괴 규모가 확산했을 경우 더 큰 인명 피해가 있었을 수 있다. 광명시는 이날 오후 인근 아파트 및 주택 주민들에게 ‘체육관 등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총 23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소방 당국은 구조대원 60명과 장비 21대를 투입해 구조·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드론과 수색견도 투입했다. 소방 관계자는 “연락이 닿은 굴착기 기사를 구조하기 위해 크레인을 진입시켰다”며 “지하 30m 지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추가 사고 발생 우려가 있어 작업이 더딘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삼천리도시가스는 안전을 위해 일대 전기와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