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두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열린 18일 오전, 서울 시내 고사장은 전반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교육부가 방역을 이유로 교문 앞 응원 자제를 당부하면서, 이날은 요란한 응원전 대신 수험생 가족들만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덕담을 건네는 모습이 많았다. 오전 7시 10분 서울 종로구 덕성여고 앞에서 만난 조모(52·서울 송파구)씨는 수험생인 딸을 들여보내고 남편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조씨는 “딸은 물론 가족들도 코로나로 2년 동안 고생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험생인 딸과 덕성여고를 찾은 최재화(59·서울 노원구)씨는 “외동딸이라 아이 수능은 처음”이라며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딸을 정문 밖에서 묵묵히 바라봤다. 오전 7시 30분쯤이 되자 정문 앞에 머무르던 학부모 20여 명도 하나둘 귀가했다.
자가 격리자 별도 고사장으로 지정된 학교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자가 격리자 시험장인 서울 서대문구 한성과학고 정문에는 교직원 두 명만 서 있었다. 오전 7시 50분쯤 한 수험생이 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이 학생은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유증상자다. 한성과학고 관계자는 “오늘 이곳에서 시험 보는 학생은 한 명”이라며 교문을 걸어 잠갔다.
입실 종료 시간(오전 8시 10분)에 임박해 부랴부랴 도착하는 학생들도 올해 어김없이 등장했다. 오전 8시 2분쯤 덕성여고에는 한 수험생이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했다. 경찰은 “오전 7시 53분쯤 서울 장충사거리에서 시험장을 잘못 찾은 학생을 태웠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오전 7시 54분쯤 “입실 시간이 임박했는데 엄마가 길을 잘못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학생을 긴급 수송하기도 했다. 대전 서구에서는 한 경찰이 교통 관리 중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수험표를 발견하곤 학교로 찾아가 수험표를 학생에게 전달하는 일도 있었다.
시계가 없어 당황하던 학생에게 구청장이 차고 있던 시계를 벗어 건네주는 일도 있었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은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수험생 응원차 부산 남구 분포고 앞에 나가 있었다. 입실 종료 시간을 10분 남긴 8시쯤 한 여고생이 시계를 미처 들고 오지 못한 것을 알고 당황해 하자 박 구청장은 자신이 차고 있던 아날로그 시계를 벗어 학생에게 건넸다. 학생이 “감사하다”며 연락처를 묻자 박 구청장은 명함을 주며 “신경 쓰지 말고 시험 대박 나라”며 학생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경찰청은 이날 수능을 위해 경찰 1만2557명과 순찰차 1934대, 오토바이 417대를 동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 정체 등으로 수험장에 도착하지 못한 수험생 165명을 태워줬고, 6명의 수험표를 찾아줬다”고 밝혔다. 소방 당국도 확진자(2명), 자가 격리자(10명)를 이송하는 등 총 29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