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명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9월 직원을 1명 추가로 뽑았다. 인건비가 걱정됐지만 정부에서 주겠다고 한 ‘특별 고용 촉진 장려금’을 받으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장려금은 코로나 사태에도 직원을 늘린 중소·영세사업자에게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A씨의 기대는 빗나갔다. 이 장려금 신청은 규정상 채용 두 달 후부터 가능했는데, 10월 15일 고용부가 “목표 인원이 조기에 차서 10월 31일 자로 신규 신청을 마감한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9월에 직원을 뽑아 11월부터 신청이 가능한 A씨는 결국 지원금을 받을 길이 없어진 것이다.

경남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B씨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B씨는 9월 2명의 교사를 신규 채용했다. 운영 경비가 빠듯했지만 특별 고용 촉진 장려금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A씨처럼 조기 마감으로 지원금을 못 받게 됐다. B씨는 “뽑은 교사들을 해고할 수도 없고, 월급 줄 돈이 부족해 보험사로부터 개인 대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특별 고용 촉진 장려금 현황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중소·영세기업들을 지원하겠다며 도입한 특별 고용 촉진 장려금이 예산 소진으로 올해 조기 마감되면서 해당 기업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원금을 주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올해 9월 이후 직원을 채용한 중소·영세기업들은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실태를 파악해 부당 대우를 받는 기업이 없도록 (제도를) 수정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이 장려금은 고용노동부가 작년 4월 코로나 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6개월 이상 일하는 직원을 뽑으면 채용 직원 1인당 중소기업은 월 최대 100만원, 중견기업은 80만원을 최대 6개월 동안 주는 것이 골자다. 그 이후에도 6개월 동안 월 60만원(중소기업 기준)을 추가로 주기 때문에 1명당 최대 96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총 5만5000명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 처음엔 3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직원을 뽑은 기업이 대상이었다. 그러다 기간을 올 연말까지로 늘렸다. 올여름까지만 해도 정부 목표만큼 신청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8월 총 2만명도 안 되던 신청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9~10월 접수된 신청서만 5만7000건. 10월까지 누적으로 올해 전체 지원 규모(5만5000명)를 훌쩍 넘어섰다. 그나마 10월 말부터 신규 신청을 막아 이 정도 수준에서 끝난 것이다. 정부는 직원 수 기준 10만~20만명가량에 대한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올해 3월 이후의 고용 시장 회복세가 한꺼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백신 접종에 대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퍼진 데다, 9월 들어 영세 업주들 사이에 지원금에 대한 소문이 확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올해 신청 기간을 늘린 것은 작년의 경험 때문이었다. 지난해 정부는 5만명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목표였는데 신청은 2만1500명에 그쳤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워낙 심해 기업들이 직원들을 채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건이 맞는 1만3200명에게만 지원금이 나갔다. 예산 2473억원 중 1988억원(80%)이 고스란히 남았다.

코로나 장기화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계속 호소하자 올해 장려금 예산은 4185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올 9~10월 신청이 폭주하면서 예산 한도를 넘어설 상황이 되자 연말까지 받기로 했던 신청을 서둘러 중단했다. 추가로 신청하지 못한 모든 기업에 지원금을 주려면 1조3000억원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원금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가뜩이나 심각한 적자인 상황에서 이 정도의 추가 지출은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9~10월 정부 말을 믿고 직원을 뽑은 기업들만 날벼락을 맞게 됐다. 한 영세기업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겠느냐”며 “정부가 코로나 지원을 해 준다고 결국 공수표를 날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