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오전 한국노총 간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대표(전 민주노총 위원장)를 만나 '근로기준법 개정 촉구 입법청원서'를 전달받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이 내세운 노동 공약 1호는 ‘주 52시간제’ 개선이다.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주 52시간에 대해 그는 “중소기업 경영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제도”라면서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윤 당선인 공약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대폭 확대해 기존 주 52시간제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란 해당 기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이기만 하면, 매주 52시간을 지킬 필요 없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연구직은 최대 3개월, 일반 사무직은 최대 1개월 동안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1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총 합계로 주 평균 52시간만 지키면 어떤 시기는 주 100시간을 근무해도 처벌하지 않게 한다는 취지다. 1년 동안 일해야 하는 근로시간을 정해 놓고, 이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면 그만큼을 장기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도 고안했다. 두 공약 모두 근로시간을 지금처럼 주 단위가 아닌 연간 단위로 통제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고액 연봉자나 전문직은 연장근로 수당을 주지 않도록 하는 공약도 있다. 현재는 근로기준법상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40시간을 넘겨 일하면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연장근로 수당을 줘야 하지만, 고액 연봉자나 전문직은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는 공약에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그동안 너무 급격히 오른 데 대해선 비판적인 태도를 지녀왔다. 그러나 인상률을 무조건 억제하기보다는 중소기업 지급 여건을 고려해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 적용 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차등 적용도 검토했지만 지역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해 일단 보류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서 거의 진척이 안 됐던 임금 체계 개편도 공약에 포함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중심 임금 체계는 그동안 청년 실업 문제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윤 당선인 공약은 이런 호봉제를 직무나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노조가 무단으로 사업장을 점거하거나 폭력 행사를 할 경우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구절도 있다. 강경 노조들을 겨냥한 내용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공약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원론적인 내용이 많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거나 당사자들이 반발할 내용들도 있어 인수위에서 어떻게 다듬어지는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양대 노총 등 노동계와 관계도 변수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5년은 노동자에게는 목숨을 건 지옥의 시간”이라며 윤 당선인과 날을 세우고 있다. 한국노총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공식 지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