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상징하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 대해 법원이 문제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은 인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공항시설관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지난 12일 공항시설관리 패소로 판결했다. 정규직화 와중에 해고됐던 공사 비정규직 직원 27명은 이제 복직 길이 열린 셈이다. 이날은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전격 공개한 지 정확히 5년 만이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이 했던 ‘정규직화 약속’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피해자만 낳고 법원이 이를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상황까지 온 셈이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비정규직인) 협력사 직원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대상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전환 대상자가 계속 축소됐고 결국 직접 고용 대상은 2100여 명까지 줄었다.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정부 한마디에 인기 직장으로 꼽히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이 된다는 소식은 불공정 논란도 낳았다.
이 중 소방대원과 야생동물 통제 요원 211명은 직접 고용 전환 대상이었다. 공사는 2020년 이들을 일단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란 회사 소속으로 바꾼 뒤 간단한 심사나 공개 채용을 거쳐 정규직으로 다시 뽑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47명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자 공항시설관리가 “정규직 될 때까지만 임시로 채용한 거라 정규직이 안 됐으니 계약 만료로 해고한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47명 중 27명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인천지노위와 중앙노동위가 지난해 차례로 이들 손을 들어줬다. 이에 공항시설관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 소송까지 냈는데 법원이 “부당해고가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공항시설관리는 27명을 복직시켜야 하고 이 기간 중 임금과 이자까지 물어줘야 한다. 구제 신청을 안 한 다른 탈락자들이 추가 소송을 낼 수도 있다. 공항시설관리는 “탈락자들 문제가 애초 인천공항공사가 추진했던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비롯됐으니 임금과 소송 비용 등을 보전해달라”면서 공사에 두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공사는 “법률상 책임이 없다”면서 거절하고 있다. 소방대와 야생동물 통제 업무가 이미 공사로 넘어간 것도 문제다. 서울 한 노동 변호사는 “공항시설관리가 탈락자들을 복직시켜도 시킬 일이 없고, 그렇다고 공사로 복직시킬 수도 없는 일”이라며 “자회사 혼자 해결하기 어렵고 결국 공사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남은 건 또 다른 정규직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원 1900명이다. 이들은 소방대원 등과 함께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소방대원 등 사례처럼 전환 과정에서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소방대원들처럼 부당 해고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은 1만여 명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지금까지 직접 고용이 된 인원은 150여 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