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노조 집회./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거 합법 지위를 얻은 특수형태고용종사자(특고) 노조들의 단체교섭이 줄을 잇고 있다. 특고란 근로자와 사업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로, 대리운전·택배 기사, 보험설계사, 골프 캐디, 정수기 점검원, 플랫폼 배달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 업체에 고용되지 않고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에 사업자적 성격이 있지만, 법원은 특고에 대해 노동 3권을 줘야 한다는 판결을 확대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민주노총 택배노조를 시작으로 특고 노조를 대거 정식 노조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경영계는 “근무 시간 등에 대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특고에 대해 기업들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하는 것은 과하며, 비용이 올라가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그러나 특고 노조의 단체협약 체결이 줄을 잇고 있다. 배달라이더가 가입된 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는 2020년 10월 플랫폼 업계 최초로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과 단협을 체결했다. 한국노총 소속 택배노조인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도 지난 8월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과 단협을 맺었다. LG전자 공기청정기·정수기 등 렌털 제품 점검원 노조(민노총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도 지난 6일 LG전자 자회사인 하이케어솔루션과 단협을 체결했다.

특고와의 단협을 놓고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특고·플랫폼 노동자로 꼽히는 대리운전기사가 카카오모빌리티와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사측은 당초 교섭을 거부했지만, 국회 등 정치권 압박에 못 이겨 지난 3월 교섭이 시작됐다. 노조(민노총 전국대리운전노조) 측은 호출을 더 받을 수 있는 ‘프로서비스(월 2만2000원)’의 무료화, 요금 체계와 배차 알고리즘 개편, 노조 활동을 위한 사무실과 전임자 임금 지급(타임오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 기사가 우리 앱을 통해서만 일하는 것도 아닌데 노조 전임자 임금까지 달라고 하고, 경영 방식에 대한 간섭까지 하겠다는 것은 과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수기 등 생활가전 렌털 업체인 코웨이도 특고 신분인 방문 점검원 노조와의 단체 교섭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올해 7월 노조가 본사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특고 노조 단체교섭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20년 12월~2021년 6월까지 특고의 노동권 보장 문제에 대해 노·사 논의를 했다. 그러나 노사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 한 채 논의가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