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를 맞은 화물연대 총파업이 점차 폭력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운행 중인 컨테이너 화물 차량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운전자가 다치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화물차에 계란을 던지고 폭언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6일 오전 7시 13분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 도로에서 약 2m 간격으로 운행 중이던 트레일러 화물차 2대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둥근 물체가 날아와 앞 유리창이 깨졌다. 특히 앞에서 운행하던 트레일러 운전자 A(40대)씨는 깨진 유리창 파편이 튀면서 목 부위가 긁히는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블랙박스와 주변 방범 카메라 영상을 확보, 둥근 물체가 뭔지, 누가 던졌는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화물연대 측이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산 지역 화물연대 조합원 300~400명은 26~27일 부산신항, 부산항 북항 등지에서 산발적 선전전이나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부산신항에서 파업 중이던 일부 조합원은 정상 운행하는 화물차에 계란을 던지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27일 경기 의왕시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 15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의왕 ICD를 찾아 “비조합원 운송 방해나 물류 기지 출입구 봉쇄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선 현장 체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화물연대 실무진과 면담을 갖기로 했다. 총파업 이후 처음 여는 대화 자리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품목을 확대하고 영구화해달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는 3년 연장, 품목 확대는 불가’라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시멘트·정유 등 피해가 큰 업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먼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운송 사업자나 운수 종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운행을 거부할 경우, 사업 허가나 운송 면허가 취소된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업무개시명령 발동 시기에 대해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다양한 검토가 실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운송 거부로 인한 피해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6일 시멘트 10만3000t이 출하될 계획이었지만, 운송 거부로 인해 실제 출하량은 9% 수준인 9000t에 그쳤다. 피해액은 누적 464억원까지 불어났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주부터 시멘트 운송 차질로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정유사(SK·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소속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어서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의 휘발유 등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12월 2일 총파업을 예고한 철도노조는 지난 24일부터 이른바 ‘준법 투쟁(태업)’을 벌이고 있다. 인력 증원과 민영화 중단이 주요 요구 사항. 그런데 정부가 운영 공백을 메꾸기 위해 철도 관련 자격증이 있는 군 장병 300여 명을 투입하자 철도노조가 이들을 상대로 협박성 경고문을 붙여 문제가 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24일 코레일 서울구로사업소에 임시로 마련한 군인 휴게실 출입문에 “기관사 휴양 공간을 뺏지 말고 야영을 하라. 방 이용 시 일어날 불상사와 책임은 너희에게 있다”는 경고문을 붙였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협박이나 업무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처벌하겠다. 관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철도노조는 이 경고문을 25일 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