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 회복세가 급격히 둔화될 전망이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이 제공하려는 일자리와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 사이의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15일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람을 구했는데도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8만5000개에 달했다. 이 기간에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채용하려 한 인원은 총 120만6000명이었으나, 채용에 성공한 인원은 102만1000명에 그쳤다.

운수·창고업의 미충원율은 51.4%에 달했다. 당초 뽑으려 한 인원의 절반도 뽑지 못한 것이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의 미충원율도 각각 28.7%, 23.7%에 달했다. 제조업을 세부적으로 보면, 디스플레이(37.9%), 조선(36.3%), 기계(35.3%), 철강(35.0%), 자동차(30.2%) 등 한국의 핵심 산업에서도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일하는 데 필요한 경력이나 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부족했기 때문’(33.5%)이었다. 이런 현상은 직무가 비교적 복잡하고 고도의 기능을 요구하는 직종일수록 두드러졌다. 직무가 비교적 단순한 직종에서는 ‘구직자가 원하는 임금 수준 등 근로 조건을 기업이 맞춰주지 못해서’(28.1%) 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난 이듬해인 2021년 본격화됐다. 그전까지는 빈 일자리 수가 대체로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미충원율은 2012년에는 16.0%였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일자리 총량 감소 등 영향으로 10.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대면 활동이 부분적으로 재개되고 기업들이 사람을 다시 뽑기 시작한 2021년 13.1%로 치솟은 뒤 지난해에는 16.5%까지 올라갔다. 정부는 “미스매치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등 구조적 요인과 코로나로 인한 최근의 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