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제 개편과 관련,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한 전문가 권고안과 함께, 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 가능한 안을 더해 회사·근로자가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제1 과제였던 근로시간제 개편에 일부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얼핏 일부 수정 같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근로시간 틀이 바뀌는 큰 변화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조만간 이 같은 방침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주일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묶여 있는 현재의 근로기준법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보고 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현재의 주 52시간제는 주당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만 허용하고 있다. 노동시장 전문가 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작년 12월 ‘지금은 일주일 단위로 규제하는 연장근로 시간을 월(月)·분기·반기·연(年) 단위로 다양화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일이 몰릴 때는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근로자가 근로시간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힌다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일주일에 12시간만 허용되는 연장근로 한도를, 주 단위로 계산하지 않고 월 단위로 계산하라는 것이다. 대신 이렇게 하면 특정 주에 근로자가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니 출퇴근 사이 11시간의 의무 휴게시간을 주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대신 연장근로를 한 번에 몰아 썼기 때문에 그 다음 주는 근로시간이 적어진다. 첫째 주는 주 69시간, 둘째 주는 주 63시간, 셋째·넷째 주는 주 40시간인 식이다. 이 역시 연장근로 한도 100%를 특정 기간에 모두 몰아쓰는 극단적인 사례를 가정한 것으로 연구회는 현실에선 주당 근로시간이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선택지를 추가하기로 했다. 연구회안처럼 ‘11시간 의무휴식을 지키되, 특정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를 선택하거나, ‘11시간 의무휴식은 지키지 않되, 특정 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하는 추가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퇴근 후 출근까지 11시간 의무휴식’은 근로시간 유연화 과정에서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는 핵심 장치다. 하지만 오전 9시에 출근하는 근로자의 경우 이 규정을 적용하면 아무리 늦어도 밤 10시에는 퇴근해야 이 규정을 지킬 수 있다. 그래야 다음 날 오전 9시에 출근했을 때 11시간 휴게시간 규정을 지키는 것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업무가 집중적으로 몰릴 때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제한을 일부 풀어주되, 전체 최대 근무시간을 주 69시간에서 주 64시간으로 낮춰, 유연성 확보와 근로자 보호 효과를 모두 거두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외에 연장근로 한도를 반기·분기·연 단위로 관리할 때에 대해서도 추가 제한을 하기로 했다. 연구회안은 해당 기간의 평균이 분기는 주 평균 50.7시간, 반기는 49.6시간, 연 기준 48.4시간이고, 특정 주 최대 69시간이라면 문제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몇 주 이상 주 69시간씩 일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반기·분기·연 단위의 경우 특정 4주 동안의 주 평균 근무시간이 64시간을 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정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부 안에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개편하되, 장시간 근로를 늘리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고 했다. 특히 뇌혈관·심장 질병이 생겼을 때 특정 4주의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 이상이면 과로일 가능성이 높게 본다는 정부 규정이 있는데, 특정 주 최대 69시간으로 하면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근로복지공단 내부에서도 연구회 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해당 규정을 고쳐야 하는데, 계속 낮춰온 과로 기준을 높이는 결과가 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다만, 정부 방침대로 되려면 근로기준법을 바꿔야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