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강북 노동자 복지관’에는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라는 간판을 찾을 수 없었다. 서울시가 민노총 서울지역본부와의 복지관 위탁 운영 계약을 지난달 24일자로 종료하면서, 민노총 간판도 함께 철거했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에 서울시 휘장과 함께 붙어 있던 민노총 상징 마크도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강북 노동자 복지관 2022년 11월(위 사진)과 올해 10월 18일(아래 사진) 모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등의 간판이 모두 제거됐다. /고운호·이태경 기자

그러나 복지관 안에는 민노총 서울본부 산하 노조 등 8개 단체의 사무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당초 민노총 관련 12개 단체가 사무실을 두고 있다가 서울시와의 계약 종료 후 이 중 4개 단체가 사무실을 철수했다. 전국셔틀버스노조, 공공운수노조 시설환경지부, 사무금융노조 서울지부, 전국서비스산업노조 서울본부 등이다. 그 외 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서울지부 등 8개 단체는 여전히 사무실을 빼지 않았다고 한다. 원칙대로라면 시와 계약된 이후 민노총 관련 단체들은 모두 복지관에서 사무실을 빼야 한다.

이 복지관은 노동자들에게 노동 상담·문화 활동·생활 체육 등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2002년 설립됐다. 서울시 소유 건물이지만, 서울시는 설립 직후부터 복지관 운영을 민노총 서울본부에 위탁운영했다. 민노총 서울본부는 복지관을 노조 사무실로 대거 활용했다. 임차료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시로부터 건물 관리비와 위탁 운영비, 인건비 등을 받아갔다. 결과적으로 21년 동안 임차료를 한 푼 내지 않고 복지관을 공짜 사무실로 활용한 셈이다.

‘노동자 복지관이 노조 사무실로 전용(轉用)됐다’는 비판에 서울시는 지난 7월 공개 입찰을 통해 재단법인 피플이라는 곳을 새 위탁 운영자로 뽑았다. 그동안은 3년마다 매번 민노총 서울본부와 위탁 운영 계약을 맺어왔는데, 이 관행을 깬 것이다. 시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민노총 서울본부에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민노총 서울본부는 ‘새 사무실을 구하는 데 시간이 걸려 당장 나갈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입주한 12개 단체 중 4개 단체만 나가고 아직 8개 단체가 남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노조들이 계속 나가지 않을 경우 월 610만원 가량의 변상금을 물릴 방침이다. 공짜 사무실 논란에 올해 3월 서울시의회가 노조가 복지관을 사무실로 쓸 경우 시에 사용료를 내도록 조례를 바꿨는데, 이 금액의 120%를 받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은 8개 단체 중 전국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는 이달 안에 나간다고 연락해 왔다”며 “노조들이 계속 나가지 않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명도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