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90.5시간, 주 69시간, 하루 21.5시간 노동한다.”
정부가 근로시간제 유연화를 추진할 때마다 노동계가 내놓은 반응들이다. 정부는 경직적인 ‘주 52시간제’가 21세기 산업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개편하려 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극단적 노동시간을 들이밀며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대법원은 ‘주 52시간제의 연장 근로 한도인 12시간을 일주일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종전에는 하루 8시간을 넘긴 근로시간은 모두 연장 근로로 간주해 위법 여부를 가렸다. 주 52시간 운용을 하루 단위에 묶지 말고 일주일 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이틀 연속 하루 21.5시간씩 일 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4시간 근무마다 30분씩 쉬어야 하는 규정만 적용되면 하루 최대 21.5시간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21.5시간씩 이틀 일하면 주당 근로시간은 43시간이다. 대법원 결정에 따르면 연장 근로는 주 40시간을 넘는 3시간만 인정되기 때문에 위반(12시간 이상)이 아니다. 반면 종전처럼 하루 8시간 초과분을 연장 근로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만 13.5시간이 발생해 위반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틀 연속 21.5시간 근무는 현실적으론 존재하기 어렵다”고 했다. 출퇴근 없이 직장에서 꼬박 24시간을 보내야 21.5시간이란 숫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52시간제에서도 하루 최장 20시간 근무가 가능하지만 ‘노동자 밤샘 근로제’라곤 부르지 않는다. 한 노무사는 “노동법상 하루 8시간 이상이나 주말에 일하는 연장 근로를 하면 시간당 1.5~2.5배의 돈을 줘야 한다”며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했다.
노동계의 극단적 노동시간 계산은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 출범 후 근로시간제를 손보려 하자 “주 90.5시간 노동한다”고 했다. 주 7일을 근무하고 첫날은 0시부터 일해야 하는 비현실적 계산법이다. 현행법은 주 6일 근무가 기본이다. 이후엔 ‘주 69시간’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계가 주 69시간, 하루 21.5시간 등을 주장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 기억은 없다”며 “노동 개혁에 반대하기 위한 극단적 계산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