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김인혁(27)씨는 요즘 시간 날 때마다 기업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 채용 공고를 살피고 있다. 김씨는 “주요 기업들이 신입 채용 일정을 미리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올리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마감 시한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수시 채용이 늘다 보니 언제 채용이 이뤄질지 정확히 몰라 막막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대표적 신입 채용 방식이었던 ‘정기 공개 채용’ 제도가 사라지고 있다. 31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공채를 유지 중인 대기업 5곳 중 1곳은 올해까지만 공채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100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그래픽=김현국

100사 중 공채 제도를 유지 중인 대기업은 86곳이었다. 이 중 17곳(19.8%)이 올해 내 공채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답했다. 1곳은 내년에, 6곳은 2028년 이후 폐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정해진 기간 일정 인원을 선발하던 정기 공개 채용 제도 대신 수시·상시 채용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실제 이미 주요 그룹은 잇따라 공채 제도를 없애고 있다. 2019년 현대차를 필두로 LG, 롯데, SK그룹 등이 공채를 폐지했다. 4대 기업 중 공채를 유지하는 건 삼성그룹뿐이다.

이는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늘리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전체 채용에서 신입(경력 신입직 제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47%에서 지난해 40.3%로 줄었다. 반면 경력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41.4%에서 46.1%로 올랐다. 지난 2022년 전체 채용에서 경력직 비율이 신입을 이미 앞섰다. 노동연구원은 “기업들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길 원하는 데다 신입보다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이 같은(공채 폐지) 현상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