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태업 중인 코레일 노조(전국철도노동조합)가 다음 달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철도노조는 이날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투쟁의 시간”이라며 “정부와 코레일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코레일은 KTX와 일반 열차 외에 수도권 전철 1·3·4호선 일부와 수인분당선·경의중앙선·서해선 열차 등의 운행을 책임지고 있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이들 열차의 운행이 상당수 중지되거나 지연돼 교통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 노조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주장하며 공공 분야의 파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다음 달 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했고, 지난 19일 인천공항노조는 적정 인원 충원을 요구하며 투쟁 방침을 밝혔다. 화물연대는 최근 안전운임제 입법 요구와 함께 ‘윤석열 정권 규탄’도 외치고 있다. 민노총은 다음 달 7일 윤석열 정권 퇴진 3차 총궐기 집회를 연다. 21일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한 간부는 철도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12월 공동 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시민 안전을 지켜내겠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 예고대로 다음 달 5일부터 파업이 진행되면 교통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날인 6일부터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철도와 지하철의 동시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양 노조가 동시에 파업을 하게 되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필수 유지 업무 인력이 근무하고 대체 인력이 투입된다 해도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되거나 지연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이번 주 양 노조가 ‘태업’을 진행하는 동안 10~20분가량의 열차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해 출근길 시민 등이 불편을 겪었다.
노조 측은 “철도 노동자의 투쟁은 정당하다. 12월 총파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 철도 노조의 경우 코레일과 지난 7월부터 임금·단체협약 관련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핵심은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에 대한 이견이다. 철도 노조는 “기본급을 2.5% 인상하고, 인력 감축 및 외주화를 멈추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이 차량 정비와 시설 및 전기 유지 보수 인원 841명을 감축하고, 운전과 역무 업무 589명의 외주화 등을 통해 인력을 줄였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인력 감축이 아닌 재배치이며 필수 인력은 충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코레일 측은 “안전 분야 인력은 충분히 확보했고, 단순 업무를 위탁하거나 설비 자동화 등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을 경감하는 것”이라며 “서해선, GTX B, 중부내륙선 등 운영을 맡게 돼 1000명 이상 인원이 증가하는 면도 있다”고 했다. 코레일은 적자 감축이 경영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로 지난해 44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경영 평가에선 지난 4년간 최하인 D와 E등급을 받았다.
철도노조가 2019년 이후 매해 태업과 파업을 반복하면서 피해액은 누적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조의 태업과 파업으로 인해 물류와 여객 부문에서 코레일이 입은 피해만 115억원이다. 집계가 어려운 시민의 불편 등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