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민정(勞使民政) 대타협을 통해 무(無)파업 운영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14일 본격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0일 간부 20여 명이 파업을 벌인 후, 이날부터는 직원들도 참여하는 파업으로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GGM 사측과 경영계에선 노조가 당초의 무파업 약속을 깬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노사 상생으로 표방했던 ‘저임금, 무파업’ 기조의 ‘광주형 일자리’ GGM 모델 자체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GGM 노조원 67명은 이날 오후 12시 20분부터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GGM 노조 관계자는 “설 연휴 전까지 부서별로 돌아가며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전체 직원 680명가량인 GGM엔 지난해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만들어졌고 230명가량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임금 및 단체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31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쟁의권을 획득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임금 인상에 대한 사측과의 견해차 때문이다. 노조는 월 급여 7% 인상, 호봉제 도입, 상여금 3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물가 인상률을 넘어서는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GGM은 설립 시 ‘35만대 생산 시까지 초임은 3500만원(44시간 근무 기준), 임금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합의했다”며 “노조 요구는 이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했다. GGM의 누적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6만대다.
이를 근거로 광주광역시 등 GGM에 출자한 주요 주주들도 노조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한 관계자는 “GGM은 무노조 무파업을 표방하며 출범했고 직원들은 이에 동의하고 입사한 것”이라며 “어렵게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밥상을 내쳐선 안 된다”고 했다. GGM에 출자한 36개 회사로 구성된 주주단은 “파업으로 회사 피해가 발생하면 지분 회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GGM의 ‘저임금 무파업’ 모델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을 적게 주면서 노조 활동을 막는 것 자체가 위법해 매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란 얘기다. 광주 지역의 한 노동계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GGM을 만들면서 ‘혁신’ ‘상생’ ‘통합’ 모델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노동자 권리를 박탈한 비정상 위에 회사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실제 GGM 설립 당시에도 노동계에선 “노조가 만들어지고 이에 따른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한다.
GGM을 둘러싼 노사 간 다툼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광역시의 경영계와 정가에선 “향후 광주에 미칠 기업 유치 악영향을 고려해서라도 GGM의 협정 준수는 필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도 새롭게 노조를 만든 만큼 ‘성과를 내겠다’는 강경 입장이 팽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결을 위해 GGM이 현대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GGM은 현대차의 경형 SUV인 캐스퍼 1종만 위탁 생산하면서도 2023년 기준 매출 1065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대표적 이익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22%로 글로벌 선두 업체 테슬라를 앞선다. 이는 현대차와의 수익 배분 계약이 GGM에 유리하게 맺어졌기 때문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부산 르노 공장에서 스웨덴 업체 폴스타 차량을 생산하는 것처럼, GGM 역시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노사 대화의 숨통도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GGM(광주글로벌모터스)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립된 자동차 위탁 생산 회사.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저임금 무파업’ 등을 조건으로 설립했다.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를 위탁 생산해 2023년 매출 1065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