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정책이 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의 경우 고비용 논란에 휩싸여 전국적인 시행이 불발됐다. 외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 가사 사용인 정책도 정부가 9개월 전에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시행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작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도로 ‘저출생 반전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 중 하나로 2월 말 기준 필리핀 가사 관리사 98명이 서울 185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시범 사업을 거쳐 올해 필리핀 가사 관리사를 상반기 1200명 규모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루 8시간 기준 월 부담액이 292만원까지 올라가며 고비용 논란이 불거져 전국 확대가 불투명해졌다. 월 292만원은 관리사 월급에다 4대 보험, 퇴직금, 운영 업체 관리비와 이윤 등을 더한 것이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에 대한 고비용 논란으로 ‘고용·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 작년 6월 대책에는 법무부가 유학 비자(D-2)로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F-3 비자 소유자)에게 가사 도우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와는 달리, 파출부처럼 개별 가정과 직접 계약하는 ‘가사 사용인’으로 취업을 허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가사 사용인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당초 정부는 “5000명 규모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확대를 검토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학생 등 가사 도우미는) 아직 계획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외국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 주지 않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과, 최저임금보다 낮은 가격에는 외국인들이 도우미로 일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