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받은 택시기사 최모(31)씨가 2015년부터 택시와 전세 버스 등을 운전하며 고의로 사고를 내, 합의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총 약 2100만원을 타낸 사실이 법정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이날 오전 10시 최씨에 대한 첫 재판이 서울 동부지법 형사3단독 재판부(재판장 이유영)에서 열렸다. 최씨는 지난 6월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호흡곤란 환자가 타고 있던 사설 구급차와의 가벼운 접촉사고 이후 “사고를 처리하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며 응급차의 진로를 약 11분간 방해했다. 최씨는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당시 환자는 병원 이송 후 5시간 만인 오후 9시에 숨졌다.
검찰은 최씨에게 3년 전에도 사설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 사고를 낸 혐의도 적용했다. 그는 2017년 7월 서울 용산구 한 도로에서 구급차의 진로를 방해하고, 구급차의 왼쪽 뒤편을 고의로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 6월 사이 4차례에 걸쳐 교통사고의 충격이 가벼운 수준임에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약 1719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최씨는 2015년부터 수차례 경미한 접촉사고를 내고 보험료, 합의금 등 총 21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최씨는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최씨 측은 보험사기 혐의 일부를 제외하곤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최씨는 “피고인도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는)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가”는 재판장의 물음에 작은 소리로 “네”라고만 대답했다.
지난 6월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지난 7월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청원에는 73만5972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최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는 적용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재판에 국민청원을 올렸던 환자의 유족은 피해자에서 제외됐다. 최씨 측은 “보험사, 사고 피해자 등과 합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환자의 유족이 최씨를 살인과 특수폭행치사 등 9가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며, 숨진 환자의 유족은 “최씨가 고의로 환자 이송을 방해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지난달 24일 제기했다.
최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