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최대 명절 추석, 올해 연휴는 5일에 달하지만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가족·친구와의 오붓한 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평일, 연휴 관계없이 24시간 3교대로 일하는 간호사들은 연휴에도 코로나 환자와 매일 대면하며 말그대로 ‘코로나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전국 보건소 선별진료소, 감염병 전문병원, 생활치료센터 역시 대부분 정상운영하면서 이곳 의료진과 공무원 역시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코로나와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추석연휴 첫날인 30일 울산대병원 코로나 치료병동인 81병동 (왼쪽부터)최현지, 천원미, 이미영, 김지화, 이지혜, 김다예 간호사가 중대본의 코로나 의료진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뜻의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울산대병원 코로나 치료병동(신관 81병동)에서 만난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만난 천원미(26)간호사는 “올 추석 연휴엔 하루 이틀 겨우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천씨는 “행여 제가 코로나에 걸려 엄마 아버지가 저 때문에 옮으면 어쩌나, 두 분 다 직장생활도 하시는데 피해를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집에 덜 가게 되고, 여행도 안가게 된다”고 했다. 천씨의 집은 울산에 있지만 코로나 감염이 본격화 된 지난 3월부터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이날 만난 최현지(26) 간호사 역시 “이번 연휴엔 겨우 이틀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8·15집회 이후 울산에서도 고스톱 모임, 부산 오피스텔과 현대중공업발 감염 등으로 최근 2주째 확진자가 쏟아졌는데, 그렇다보니 십여일 넘게 집에 못 갔다”고 했다.

울산대병원 81병동에선 간호사 5~6명씩 3교대로 코로나 입원 환자 8명(위중 1명·중증 3명·양호 4명)을 돌보고 있다.

작년 추석때만 해도 81병동은 소화기 병동이었지만, 지난 3월부터 울산의 유일한 코로나 치료병동이 됐다. 이날 만난 천 간호사 역시 이 병동 소속으로, 지난 3월부터 코로나 환자대응에 투입됐다. 천씨는 7개월 넘게 코로나 환자를 돌보면서 적응이 될만도 하지만, 매일 환자를 접하다보니 감염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크다고 했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건 역시나 방호복 착용이다. 코로나 입원 환자들을 잠깐이라도 만날 때는 방호복을 착용해야해 하루 3~5시간은 기본으로 N95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다.

최씨는 “아직 실내는 더워 방호복을 입는 순간 땀히 흐른다”며 “N95마스크는 쓰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그런데도 일부 입원환자들은 적적하니까 병실에서 얘기를 좀 하다 가라고 하시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고 했다.

외부음식을 넣어달라, 아침마다 빵을 달라, 음압기가 시끄럽다 꺼달라는 등 병원 규정상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할 때도 힘이 든다. 천씨는 “일부 환자들은 혈압측정을 할 때 장치를 팔에 끼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도, 오늘 나한테는 별로 안 온 것 같다며 꼭 저희를 부른다”며 “그러나 한번 병실에 들어가려면 입는데만 15분이 걸리는 방호복을 또 입어야 한다. 그런 부분은 좀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최씨는 “스마트폰도 못하시고, 하루종일 TV만 보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제 할머니 같아 안쓰럽다"며 “면회가 안되다보니 하루종일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는 걸 보면 애처롭다”고 했다.

울산대병원 의료진에게 시민들이 보내준 선물. /울산대병원

인터뷰 중간에도 함께 근무중인 간호사 4명은 수시로 환자 CCTV를 체크하고, 식사 안내 방송을 했다. 가운데 간호사를 찾는 급한 환자가 있으면 방호복을 착용하고 음압병실로 들어가기도 했다.

지친 표정이 역력했지만 최씨는 보람찬 일도 많았다고 했다. 특히 울산 100번 확진자가 퇴원하면서 의료진에게 준 A4 용지 한바닥을 빼곡히 채운 편지와 지역 고등학생들이 보내준 편지 등 손수 써준 편지가 가장 기억난다고 했다.

퇴원한 확진자와 울산지역 고등학생 등이 의료진에 쓴 감사편지. 간호사들은 이를 회람판에 한동안 붙여놓고 볼 때마다 힘을 냈다고 했다. /천원미 간호사 제공.

천씨는 울산 버스기사 확진자가 입원하는 날 병원에 들어올 때 하던 인사를 기억했다. 천씨는 "기사 분이 ‘제가 조심한다고 했는데, 마스크도 끼고 사람들과 얘기도 안했는데, 이렇게 걸려서 간호사분들 고생시키게 돼 너무 죄송하다'고 인사하시는데 가슴이 찡했다. 매일 버릇처럼 고생하신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해주시는 환자들도 계신데 그럴 때면 누군가 저희 고생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힘이 난다”고 했다.

이들은 추석 연휴 이후를 걱정했다. 천씨는 “오늘 아침 전국 고속도로가 귀성객들로 막힌다는 뉴스를 봤다”며 “무증상 감염이 많은 상황에서 이동이 많으면 감염이 됐을 경우 경로 추적이 힘들다. 부디 모두들 조심해서 안전한 추석을 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