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은 1억원을 들여 개발한 스마트폰 앱 ‘스마트오산’을 곧 폐기할 계획이다. 오산시청 홈페이지를 앱으로도 접속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든 앱인데, 정작 PC 홈페이지와 연동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PC 홈페이지에 올라온 새 내용을 앱에 일일이 옮기는 작업을 별도로 해야 사용이 가능했다. 담당자가 며칠 동안 여름휴가를 가버리면 앱은 그때부터 방치 상태가 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앱 다운로드 수도 2013년 개발한 이후 작년까지 6년간 2617건에 불과했다. 오산시 관계자는 “앱 개발이 유행이던 시절에 만든 것”이라며 “지금이야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당시에는 해당 앱이 가장 최선이었다”고 했다. 오산시는 PC·모바일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버전을 다시 개발해 오는 19일 공개할 예정이다. 연동형 새 버전을 만드는 비용에 1억7400만원이 쓰였다. 결국 세금을 이중으로 쓰게 된 셈이다.
전국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개발한 각종 스마트폰 앱 상당수가 별다른 호응도 얻지 못한 채 곳곳에서 폐기 처분 수순을 밟고 있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 지자체가 개발한 앱 321개 중 48%인 154개가 ‘폐기’ 등급을 받았다. 관리를 더 이상 하지 않거나 이용자 수가 지나치게 적을 때 폐기 등급을 매기는데, 사실상 자자체 앱 두 개 중 하나가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폐기 등급을 받은 앱 중 95개는 이미 없어졌다. 이 중 35개는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건도 안 됐다.
경기도 양주시가 2015년에 만든 스마트폰 앱 ‘양주 팜팅’은 운영 5년 만인 올해 초 폐기됐다. 양주시가 농촌체험을 하려고 지역을 찾은 방문객을 위해 관광 정보를 정리한 앱이다. 예산 1800만원을 들였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누적 다운로드 수 536건에 그쳤다. 양주시 관계자는 “이용자 간 꾸준한 업데이트가 중요한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앱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유사한 앱을 개발하면서 하나로 통합된 사례도 있다. 군포시가 2017년에 1900만원을 들여 만든 앱 ‘안심보행’이 대표적이다. 출시 2년도 안 돼 없어졌다. 위급할 때 앱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기능을 담았는데, 군포와 붙어 있는 안양시에서 같은 앱이 나와 군포시 앱을 없애고 안양시 앱을 함께 쓰게 됐다. 인근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안성(5300만원), 용인(3270만원), 양평(1000만원) 등도 세금을 써서 비슷한 앱을 개발했다가 안양시 앱이 나오면서 자기들 앱을 없앴다. 결과적으로 지역끼리 논의를 거쳐 처음부터 앱 하나만 만들었다면 세금 1억원가량을 아낄 수 있었던 셈이다.
공공 앱을 만들었다가 더 좋은 민간 앱에 밀려 존재감이 없어져 운영비만 드는 사례도 있다. 성남시가 2016년 만든 택시 호출 앱인 ‘성남예스콜’이 그런 경우다. 택시 한 대당 이용 건수가 매달 평균 0.5건에 그치고 있다. 이용 후기를 보면 ‘오류가 잦다’ ‘GPS 위치도 못 잡는다’ 등 불만이 많다. 개발 비용에 700만원이 투입됐지만 매년 유지비로 1280만~2500만원을 쓴다. 지역의 택시 기사 이모(64)씨는 “예스콜은 수년째 업그레이드가 안 돼 구형 유물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여러 종류의 앱을 실적을 쌓기 위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또 폐기하는 일이 반복되자 행정안전부도 매년 지자체 앱 운영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자체들이 개별적 사업마다 무작정 앱 개발에 나서지 말고 신중하게 사전 수요를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