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강화를 시행한 가운데, 민노총이 25일 총파업 집회를 강행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집회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지만, 민노총 측은 “우리 방식대로 방역을 준수할 것”이라며 맞섰다. ‘전국 동시다발 쪼개기 집회’로 규제를 피하겠다는 것이었다.
민노총은 24일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25일)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해 총파업 총력 투쟁을 전개한다”며 “완성차 3사와 차량 부품사, 타워크레인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등을 포함해 15만~20만명의 노동자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에 맞춰 집회도 개최한다. 경찰에 따르면, 민노총은 25일 서울 도심권을 비롯한 전국 20여 곳에서 총 30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원래 36곳에서 총 2800여 명 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23일 서울시의 ’10인 이상 집회 금지 명령'에 맞춰, 12곳에서 각각 9명 이하로 모이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명칭도 ’기자회견'으로 붙였다. 그러나 집회 금지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부산·대전·경북 등 지역에서는 총 3000여 명 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 성명에서 집회를 비판한 정치권을 향해 “코로나를 핑계로 일방적 비난과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 민노총과 노동자를 공격하며 노동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정부와 국회는 방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민노총을 희생양 삼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김호규 위원장은 “감염병을 빙자해 (집회와 파업을) 막는다는 자체는 금속노조로선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의 방식대로 방역을 준수하고 힘차게 파업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민노총 측에 집회 방침을 재고(再考)할 것을 요청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노총 집회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다”며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지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방역 협조보다 더 큰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노총을 향해 “집회를 자제하는 현명한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노총의 이번 파업 명분은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고 ‘전태일 3법’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민노총은 개정안에 ‘파업 때 시설 점거 금지 등’의 노동계에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태일 3법은 중대 재해가 일어난 기업과 기업의 경영진을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 설립을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실제 파업 규모는 민노총이 주장한 15만~20만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노총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굳이 이 시점에 파업을 해야 하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민노총의 핵심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핵심 간부들만 파업에 참여할 방침이다. 일부 노조는 하루 2~4시간씩 부분 파업을 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참가한다. 작년 7월 민노총 총파업의 경우 참가 인원이 전체 조합원의 1% 수준인 1만2000명에 그쳤다. 노동계 관계자는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민노총 내부 강경파들의 세력 결집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