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특성화고는 항공 관련 학과 3학년생 40여 명 대부분을 현장 실습에 보내지 못하고 졸업시킬 처지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습 계획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예년엔 현장 실습 후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실습조차 어려워 졸업생들 대부분이 취업이 막막한 상태”라고 말했다.

취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전국 직업계고 취업률(전체 졸업생 대비 취업자 비율)이 2017년(2016년 고3)에는 50.6%에 달했지만, 2020년(2019년 고3) 27.7%로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에 따른 일자리 부족, 고교생 현장 실습 제도 축소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성공 졸업생 10명 중 3명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특성화고 461교, 마이스터고 45교, 일반고 직업반 70교 등 전국 직업계고 576교의 2020년 2월 졸업생 취업률(4월 1일 기준)은 27.7%였다. 최근 10년간 가장 낮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1년 25.9%에서 2017년 50.6%까지 올랐지만, 44%(2018년), 34.8%(2019년), 27.7%(2020년)로 곤두박질쳤다.

직업계고 졸업생 10명 중 3명도 취업을 못하는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된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상승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가 안 좋은데 최저임금마저 급격히 상승하자 직업계고 출신들이 주로 취업하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가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 통로 역할을 하던 현장 실습 제도를 섣부르게 손댄 것도 취업률 하락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많다. 그전까지 직업계고 학생들은 고3 여름방학 때 현장에서 실습하며 훈련을 받다가 해당 기업에 들어가는 식으로 취업해왔다. 그러나 2017년 제주도 등에서 고교생 현장 실습 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가 ‘안전을 우선시하겠다'며 갑자기 실습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고, 까다로운 인증을 거친 중소기업에서만 현장 실습을 받도록 했다. 그러자 많은 기업이 고교생 현장 실습 받기를 꺼리면서 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는 것이다.

◇취업 절벽에 진학률이 취업률 역전

이렇다 보니 당장 어려운 고졸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직업계고 졸업생이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올해 2년제 또는 4년제 대학에 진학한 직업계고 졸업생은 취업자보다 약 1만4000명 많은 3만8215명에 달했다. 대학 진학률은 42.5%로, 지난해(40.9%)에 이어 올해도 대학 진학률이 2년 연속 취업률을 크게 넘었다.

문제는 코로나 유행으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내년도 직업계고 학생들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요즘 특성화고에서는 “현장 실습은커녕, 취업 의뢰서도 한 장 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취업부장은 “하도 고졸 취업이 어렵다 보니 특성화고에서도 신입생을 유치하려고 ‘취업이 잘된다’가 아니라 ‘특례전형으로 대학 가기 쉽다’고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업계고 역시 당장 내년 신입생 모집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지역 특성화고 70곳 중 42교가 입학 정원이 미달됐다. 한때 경쟁률 2.56대 1을 기록했던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는 올해 처음으로 입학 정원에 미달됐다.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진로 변경’ 전학을 한 학생도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진학자 취업률 통계 제외’ 논란

교육부는 올해 갑작스럽게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 통계 방식을 바꾸었다. 작년까지는 대학 진학자를 포함한 모든 졸업자를 바탕으로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률을 냈는데, 올해부터는 진학이나 군 입대를 전부 빼고 취업률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올해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7.7%가 아니라 50.7%로 두 배 가까이 치솟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직업계고에선 높은 진학률 자체가 곧 취업난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진학자를 빼고 취업률을 내면 심각한 고졸 취업난이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