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의 교통 복지를 위한 휴식 공간입니다. 와이파이도 있고, 버스 도착 정보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지난달 18일 오후 3시쯤 서울 사당역 4번 출구 앞 ‘경기버스라운지’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하자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여자 직원이 이런 인사를 건네며 반겼다. 마치 호텔 로비에 온 것 같았다. 피아노 연주곡이 실내에 은은하게 울려퍼졌고, 공기청정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곳곳에 카페처럼 전기 콘센트가 갖춰진 테이블과 좌석이 놓여 있었다. 벽면에 걸린 모니터에는 버스 정보가 나타났고, 통유리창 너머로 사당역과 버스 정류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러나 손님이 없었다. 기자가 지켜본 1시간 동안 안내 직원 4명이 기자를 제외한 손님이라곤 단 한명도 없는 텅 빈 40여 석 규모 라운지를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었다.
이용객이 적은 시간대여서 그랬을까. 그날 퇴근 시각 다시 현장을 찾아가봤다. 오후 6시 30분쯤, 라운지 앞 버스 정류장은 수원으로 가는 7770번, 7780번 버스를 기다리는 120여 명으로 북적였다. 그들 뒤로 라운지 간판이 불을 훤히 밝히고 있었지만,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실내를 찾아 들어가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가방을 손에 들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퇴근길 남성에게 라운지 건물을 가리키며 “저기 좋던데 왜 안 들어가세요?”라고 물어봤다. 남성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지, 멀쩡한 집 놔두고 왜 저기서 쉽니까”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 직장에서 퇴근해 수원행 7780번 버스를 기다리던 송모(54)씨는 “줄 안 서고 라운지에 앉아 기다리면 다른 승객들이 계속 밀려와 오후 9시 넘어서나 버스를 탈 수 있을까…”라고 했다. 수원에 있는 아들 집으로 손자를 봐주러 간다는 이모(63)씨는 “집에 있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서 나온다. 라운지에 갈 시간은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 5일 문을 연 이 라운지를 만드는 데 경기도는 예산 9억원을 썼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접 개관식에 참석해 홍보하기도 했다. 손님이 찾지 않는 공간을 무리하게 홍보하려다 논란도 빚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수도권 한 민영 방송사가 지난 10월 9일 뉴스 시간에 내보낸 라운지 이용객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인터뷰 자막에 ‘임○○/ 경기 군포시’로 소개된 인물이 경기도 자원봉사센터 홍보 기자였기 때문이다. 해당 방송사 측은 “경기도에서 제공한 영상을 사용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경기도청은 “인터뷰 영상을 만들려고 현장에 갔다가 사람이 있어 인터뷰했는데 그게 마침 그 사람이었다”며 “홍보 기자도 경기도민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