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은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가 수험생들에게 예상보다 까다롭게 느껴졌고, 수학은 문⋅이과 모두 변별력 있게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초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킬러 문항’은 적었지만, 전반적인 체감 난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올 수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변별력이 충분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코로나로 인해 올해 수험생들이 충분히 공부를 하지 못한 데다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보는 등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올 수능이 더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 1등급 커트라인 떨어질듯
민찬홍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출제위원장은 3일 브리핑에서 “코로나로 인해 재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처음 출제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학생들이 이번 수능에서 특별히 어렵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했다. 코로나 유행으로 올해 고3 수험생들이 등교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해서 출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3일 오후 10시 기준 입시 기관에 따르면, 올해 국어는 1등급(상위 4% 이내) 커트라인이 87~89점(100점 만점)으로, 91점이었던 작년보다 2~4점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교시 국어 시험 후 상당수 입시 기관과 교사들이 “작년보다 평이하고, 특별히 새 유형의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수험생들은 오히려 작년보다 어렵게 느꼈다는 뜻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초고난도 문제나 생소한 문학 작품이 없었는데 수험생들이 상당히 어렵게 느낀 것 같다”며 “코로나로 학습량이 충분치 않고 모의 평가 등 실전 연습도 어려웠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국어 지문이 길지 않고 EBS 연계 작품이 많아 전반적으로 평이한 듯 보이지만, 추론형 문항이 다수 출제되면서 전반적인 난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작년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한 지식을 묻는 40번 문제 등이 ‘초고난도 문제(킬러 문항)’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는 계산이 필요하거나 경제·과학과 관련한 난해한 지문과 문제는 없었다. 다만 채권 계약상 예약 개념을 묻는 28번 문제,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론 과정을 묻는 36번 문제, 고전 시가와 고전 수필에 대한 감상을 묻는 40번 문제 등이 어려웠을 거라는 평가다.
◇문이과 수학, 변별력 있게 출제
2교시 수학의 경우 이과생들이 주로 보는 ‘가형’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문과생이 치는 ‘나형’은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작년보단 평이하지만 역시 대체로 변별력 있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됐다. 작년엔 문과 수학의 1등급 커트라인이 84점(100점 만점)에 그칠 만큼 매우 어렵게 나왔었다.
김정환 대구 혜화여고 교사는 “수학 가형은 고난도 문항 개수가 작년보다 늘어나 전체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며 “보통 난도 문항도 풀이 과정이 길어서 중위권 학생들이 시간 안배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문과생이 치는 나형은 대체로 어려웠지만,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빈칸 추론이나 프랙털 문제가 나오지 않아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약간 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어는 1등급 비율 높아질 듯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는 평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1등급(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비율이 7.43%였던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쉬웠다는 것이다. 1등급 비율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 기관들은 “영어 지문 주제나 문장의 난도, 어휘 등이 평이하고 실용적으로 출제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능에선 국어가 상위권 대학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의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과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굉장히 긴장된 상태에서 수험생들이 첫 교시 국어 시험을 보았던 것 같다”며 “수험생들이 예상보다 1교시 국어를 매우 어렵게 풀었기 때문에 국어의 표준점수(난도에 따라 조정되는 점수)가 높아져 국어 점수를 잘 받은 수험생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