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한국케미호. /조선 DB

이란 정부가 억류중인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 대부분을 풀어주기로 했으나 선원들이 당장 귀국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케미호 선사와 선박관리회사 등에 따르면 국제법상 선박 운항을 위한 필수 승무 인원이 13명이어서 이란 측이 석방하겠다고 했지만 현지 묘박지에 정박 중인 한국케미호에 승선 선원 20명 중 13명이 배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 한국케미호는 현재 이란 남부 반다르바스 항에서 5㎞가량 떨어진 해역에 묘박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박에 타고 있는 선원 20명 중 한국인 5명은 모두 선박 운항에 필수적인 인력이고 나머지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인 등이다. 만일 선박 운항 필수 인력이 배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면 한국인은 모두 그 대상이 된다. 선박 운항에 직접 관련이 적은 단순 업무를 하는 선원들은 미얀마인들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 측은 “선박 운항 필수 인력을 빼고 귀국시킨다면 그 대상 7명이 미얀마인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미얀마인들도 군부 쿠데타로 본국 공항이 폐쇄된 상태라 귀국할 상황이 못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 회사 측은 이란 측이 석방한다고 해도 한국 선원들이 당장 본국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 등 관계자는 “추후 정박 중인 선박 운항을 할 때나 이란이 주장하는 해양오염 관련 조사를 위해서라도 주요 선원들은 배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이란 측이 이런 상황을 알고 우선 석방해준다고 발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 측은 또 “이란 측이 가족간 화상통화를 하게 해주고 의사도 보내주는 등 선원들에게 우호적으로 대해줘 안전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외교부, 해수부 등과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케미호에는 선장·1∼3등 항해사·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타고 있다. 이란은 지난 2일 “선박 관리를 위해 한국인 선장 1명을 남겨두고 나머지 19명을 모두 즉각 석방하겠다”고 발표했다.